손편지, 마음과 마음을 잇다!

박계화 / / 기사승인 : 2014-11-05 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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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우정청 우편영업과
▲ 박계화
아침저녁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이 오면 누구나 시인이 되어 인생을 이야기하고, 그리운 이의 소식을 기다리고, 찾아보지 못한 이들의 안부를 궁금해 하며, 뚝배기 같은 손 편지를 그리워한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인터넷의 등장으로 속도와 효율성이 우선시되는 시대에 살다보니 가족, 친구와의 속 깊은 이야기도 문자메시지, 이메일로 나누는 것이 당연해졌다. 편지를 써내려 갈 때 느끼는 설렘과 애틋함, 편지를 받고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 내려가는 즐거움과 감동은 먼 추억이 된지 오래다.

제법 잘 쓴다던 글씨도 막상 마음잡고 쓰면 이상해 보이고,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커져 써야 할 편지지는 길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기대하지 못한 손 편지를 받았을 때의 기쁨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메일, SNS는 수많은 사람과 손쉽게 소통할 수는 있지만 긴 울림을 남기지는 못한다. 형의 깊은 고독과 가난을 달래준 동생 테오의 편지가 빈센트 반 고흐를 세계적인 화가로 만든 것처럼 손 편지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상처를 치유하게 하는 힘이 있다. 마음을 담은 손 편지가 디지털 도구가 갖는 소통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이유다.

깊어가는 가을 전국 우체국에서는 ‘5000만 편지쓰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편지를 쓰고 봉투에 하트를 표시해서 우표를 붙여 보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옛날 연애편지로 가슴 설레던 사람들, 추운 겨울 군부대에서 위문편지로 마음을 녹이던 사람들은 손 편지에 대한 새로운 추억과 기억을 만들고, 젊은이들은 진심을 담은 손 편지가 우리 마음을 어떻게 울리는지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편지쓰기 행사는 오는 8일로 끝나지만, 편지가 우리에게 주는 기쁨은 계속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공감대는 넓어질 것이다.

빠른 것만을 추구하는 요즘, ‘편지’라는 매개체로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잔잔한 기다림의 여유와 추억이라는 울림을 우리 모두 경험했으면 한다. 가슴 설레며 편지를 쓰고 떨어질세라 우표를 눌러 붙이고 답장을 기다리며 집 앞 우편함을 살피던 행복한 순간이 우리에게 되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중한 이에게 마음을 전하는 편지가 우리 사회의 벽을 허물고 마음의 길을 내어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소통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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