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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길 명칭을 도로 바닥에 표기해 놓은 성대로 일대 '여성안심 거울길'.(사진제공=동작구청) |
성인 눈높이에 달아 범죄자 안면 노출시켜
범죄욕구 줄이고 거주자엔 '심리적 안정감'
[시민일보=고수현 기자] 여성범죄 예방을 위한 아주 특별한 길이 생겨 눈길을 끈다.
서울 동작구(구청장 이창우)는 최근 다가구주택 밀집지역인 성대로 일대 약 470m 구간에 범죄예방디자인(CPTED)을 도입한 '여성안심 거울길'을 시범 조성했다.
구는 전국적으로 강력범죄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특히 여성을 상대로 한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가 최근 3년간(2010~2012년) 증가함에 따라 사후 범인검거 이전에 적극적인 예방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번 사업을 추진했다.
이에따라 거울길내 다가구주택 등 30동의 집 앞 현관문에 미러시트(mirror sheet·세로 30cm의 반사필름)가 부착됐고, 8동의 가스배관 등에는 특수형광물질이 도포됐다. 또 거울길을 알리는 벽화와 도로 안내표지도 생겼다.
구에 따르면 이번 여성안심 거울길은 민·관·경이 함께 고민하고 힘을 합쳐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지역사정에 밝은 주민, 경찰과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협업을 추진해 효율적인 범죄예방을 도모했다. 특히 민·관·경의 역할 분담이 빛을 발했다.
주민동의는 지역상황을 잘 아는 상도4동 통장과 동작경찰서 경찰이 나섰으며 예산은 동작구와 동작경찰서가 각각 50% 분담했다.
또 골목길 조성 이후 순찰 및 모니터링 등 관리운영은 '좋은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좋은세상)', '아동·여성보호 지역연대', 동작구, 동작경찰서가 함께하기로 했다.
사업경과를 살펴보면 유관기관 간담회, 대상 골목길 선정, 주민동의, 미러시트 설치 및 벽화 제작 순으로 진행됐다.
간담회에서는 사업추진 주체인 민·관·경이 모여, 사업장소·추진일정·소요예산 및 역할분담 등의 사전협의를 거쳤다.
이를 통해 상도4동 주민센터, ‘좋은세상’ 추천으로 야간보행시 어둡고 차량통행이 어려워 절도범죄가 빈발하는 다가구주택 밀집지역인 '상도4동 성대로 96~성대로14길 83' 일대가 추진지역으로 선정됐다.
이곳은 상도초등학교와 인접해 있고, 차량의 통행이 어려운 좁은 오르막길이다.
먼저 사업추진 방향 및 역할분담 논의를 통해 거울길 조성 소요예산은 동작구과 동작경찰서가 분담하기로 하고, 관리 및 운영은 동작구, 동작경찰서, 좋은세상이 함께하기로 했다.
이어 범죄예방디자인을 도입한 관악구 행운동을 방문, 지역주민 등 관계자들에게 미러시트 시공이 예산 대비 효과가 높다는 의견을 청취했다.
이후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앞서 상도4동 주민센터 직원 3명, 동작경찰서 직원 1명, 통장 3명이 함께 사업대상지인 상암동내 각 가구주 등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다.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은 구는 간담회를 개최해 지역현황에 맞는 시공방법 및 유관기관 재능기부 협의에 들어갔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현선디자인연구소 주정희 부소장, 가정복지과 직원 1명, 동작경찰서 관계자 2명, 좋은세상 관련자 1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공방법 및 낙후 골목길 등에 부대시설 추가시공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또 유관기관과의 재능기부 협의도 이뤄졌다.
김현선디자인연구소에서 범죄예방디자인 협조를 청춘 플랫폼은 표지판·벽화 등의 디자인을 협조하기로 했다. 표지판 문안은 '좋은세상'이 맡았다.
이에따라 구는 이 구간에 있는 50여동의 건물 가운데 30동의 현관문에 미러시트를 부착했다. 미러시트는 성인 여성의 눈높이에 부착돼 범죄자의 안면을 노출시켜 범죄욕구를 줄이고, 또 거주자에게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이밖에도 건물 8동의 가스배관 등에는 형광물질을 도포하고 형광물질 도포 안내문도 설치했다. 형광물질은 손이나 옷 등에 묻어도 육안으로는 식별되지 않고 잘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자외선 특수장비를 이용하면 확인이 가능해 범인 검거에 효과적이다.
또 도로 바닥에는 거울길 명칭을 표기하고 입구에는 ‘마음 편히 집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벽화를 그렸다.
구는 범죄발생률이 높은 다가구주택 밀집지역에 범죄예방디자인을 적용한 여성안심 거울길을 조성함에 따라 범죄예방 및 주민 체감안전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내집 앞 범죄예방디자인 적용으로 주민 체감안전도가 높게 나왔으며 특히 야간 골목길 보행시 범죄자의 안면 노출로 인한 범죄발생률 감소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구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지역특성과 소요예산을 고려, 마을공동체·경찰과 협조를 통해 현상황에서 실현 가능하고 지속운영이 가능한 범죄예방디자인 사업을 추진한 것은 실질적인 민·관·경 협업의 모범사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구는 앞으로도 향후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고자 주민의견 모니터링 통해 사업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앞으로 구는 이번 시범사업의 설치효과를 분석해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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