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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친이계 의원들이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개헌론 불씨 살리기에 나섰다.
친이(親李,친 이명박)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물론 정병국, 김용태 의원 등 MB 직계 의원들이 5일 한 목소리로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 사건을 거론하며,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지적했다. 한마디로 이원집정부 형태의 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실제 이재오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 “이번 사태의 본질은 우리나라 제왕적 대통령제의 적폐”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권부터는 투명하고 권력이 분산 돼서, 이런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는 게 국회의원 뿐 아니라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라며 "올해 안에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의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문건을 ‘근거 없는 루머’로 규정한 반면 문건유출 행위를 ‘국기문란행위’로 규정하면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 것을 “제왕적 권력”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중요한 건 문건 유출이 아니라 문건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라며 “그런데 처음부터 이건 유출에다 초점을 두고 수사하라 이렇게 (지시)한 것 아니냐. 그러니 문건의 본질을 가리는 수사보다 문건이 어떻게 유출됐는지에 대해 수사 집중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 이것이 바로 대통령제가 갖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 제왕적 권력”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친이 직계 소장파인 김용태 의원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어쩔 수 없는 권력의 속성”이라며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가세했다.
한마디로 정윤회 비선실세 문건 파동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드러낸 것인 만큼,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해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셈이다.
앞서 전날에는 친이계 정병국 의원이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초청 대담 자리에서 “다원화된 사회에서 1%만 이겨도 모든 것을 다 갖는 대통령제를 유지해야하는지 듣고 싶다”며 대통령제 폐지에 대한 견해를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한 샌델 교수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정 의원은 ‘그런 제도는 바꿔야 한다’는 대답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샌델 교수는 “(대통령제를 실시하는)미국이나 (내각제를 실시하는)영국, 어느 나라든 다 문제가 있다”며 "정치 체계를 조금 바꿔서 모양을 달리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좀 더 큰 차원에서 공공담론의 모습을 바꿔야 한다"고 답변했다. 정 의원의 기대에 어긋난 답변일 것이다.
사실 분권형 개헌에 대해 이재오 의원이 “국회의원 뿐 아니라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이건 명백한 거짓이다.
실제 최근〈중앙일보〉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개헌 시 바람직한 권력구조 형태로는 4년중임제가 44.7%로 가장 많았다. 또 현행 5년단임 대통령제를 지지하는 응답도 33.8%에 달했다. 다수의 국민은 권력이 분산되기보다는 대통령에게 권한이 부여되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재오 의원이 주장하는 이원집정부제에 동의하는 응답은 9.7%에 불과했다. 내각책임제 역시 9.3%에 그쳤다.
그러면 왜 친이계는 ‘찌라시’ 가능성이 높은 문건을 개헌론의 불쏘시개로 활용하려는 것일까?
추악한 권력욕 때문일 것이다.
현재 친이계 가운데서는 국민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차기 대통령 후보감이 없다. 여당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김무성 대표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문재인 의원에게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이계가 직접 대통령 후보를 낸다는 것은 꿈조차 꿀 수 없다. 그러나 당을 장악한 비노계와 결탁하면 의회를 장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어쩌면 친이계가 의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사실상 전권을 가지는 이원집정부제, 즉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려는 것은 이 때문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최고지도자 선출권을 국회의원들에게 내어줄 만큼 어리석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장담컨대,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괜히 근거 없는 찌라시에 불과한 문건을 가지고 분란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항상 강조하지만 지금 국민이 정치권에 기대하는 것은 경제살리기이고, 민생살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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