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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참다못해 분노를 터뜨렸다.
당초 10일로 예정됐던 서울시향의 업무보고를 정명훈 예술감독겸 상임지휘자의 불출석으로 인해 무기한 연기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시의회 문광위는 당초 지난 달 13일 서울시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으나 당시 증인출석을 요구받았던 정명훈 감독이 유럽에서의 개인일정으로 인해 불출석하게 됐고, 이에 따라 문광위는 부득이 정감독이 귀국하는 12월 10일 오후 2시에 다시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정 감독은 이날에도 의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문광위 전문위원실에서는 이미 지난달 19일에 정 감독에게 출석요청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그런데 회의를 불과 이틀 앞 둔 시점에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한 것이다. 그러면서 서면질의로 대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서울시향의 일개 예술감독이 1000만 시민의 대의기관인 서울시의회를 대놓고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정명훈 감독은 너무 문제가 많다.
서울시의회 문형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서대문3)에 따르면, 정명훈 감독은 영리를 위한 개인일정으로 서울시향의 공식 일정을 변경한 사실이 있다.
서울시는 부채에 시달리고 예산을 감축하는 고통 속에서도 정 감독의 급여만큼은 매년 5%씩 올렸다. 또 그는 연봉 이외에도 한번 지휘할 때마다 별도로 4900만원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지난 10년간 정 감독이 받은 액수가 무려 140억원에 달한다. 물론 그건 서울시민들이 낸 세금에서 나간 돈이다.
그런데도 정 감독은 서울시향 업무에 충실하지 않았다.
실제 정 감독은 지난 9월 빈 국립오페라단 공연 지휘 요청이 들어오자 오는 12월 19일로 예정돼 있던 통영 국제음악당 공연을 오는 12월13일로 급작스럽게 변경했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향의 후원회 공연인 ‘SPO Day’ 공연은 정 감독에서 부지휘자로 변경했다.
통영공연은 4월 세월호 사건으로 1차 변경된 공연이고 이미 700장의 티켓이 판매된 상태이며, SPO Day 공연은 지난 10월 월간 SPO에도 ‘정명훈 예술감독의 갈라콘서트’로 안내된 공연이다.
또 오는 12월 22일과 23일 예정돼 있던 서울시향의 기업공연 역시 정 감독의 개인사정에 의해 오는 2015년 1월로 변경했다.
특히 정 감독은 서울시향의 업무보다 개인 사업에 더욱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정 감독은 미라클 오브 뮤직(MOM)재단의 이사장과 사단법인 아시아 필하모닉의 예술감독을 겸직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 기관에 대해서는 상당한 개인협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향에서 급여를 받는 정 감독의 시향 협찬 실적은 전무하다.
더구나 MOM재단을 통한 수익사업과 피아노 리사이틀 등의 영리활동은 시향의 운영규정 제8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겸직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 감독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서울시의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런데 의회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불출석 통보를 했다니 어이가 없다.
이렇게 된 데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책임이 결코 적지 않다.
박 시장이 정 감독과의 재계약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 시장은 정 감독이 이렇듯 많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의 사무국 직원 상대 폭언·성희롱 논란에 대해 “박원순 시장이 지난 10월 14일 정명훈 감독으로부터 서울시향 직원들의 탄원서를 접수, 조사와 법률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 문형주 의원을 비롯한 많은 시의원들이 제기한 정 감독 문제에 대해선 아직까지 이렇다 할 조사조차 진행시키지 않고 있다. 그러니 정 감독이 시의회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지금이라도 박 시장은 시의회 문광위가 요구한 ▲정 감독의 해외 공연 지휘를 위한 잦은 출국으로 시향일정 차질 문제 발생 ▲정 감독이 설립한 비영리단체(미라클 오브뮤직) 기금 마련 활동의 도덕적 문제 ▲시향 외 공연활동 중 대표이사의 사전허가 여부 및 활동의 적법성 ▲사단법인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활동 관련 시향 단원을 재능기부 명목 출연의 적정성 문제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계약사항(내용) 부실 문제 등에 대해 단호하고도 엄중한 조사를 실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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