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상시 회동-박지만 미행은 허위...그러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12-16 12: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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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검찰수사 결과 이른바 ‘십상시 비밀회동설’과 ‘박지만 미행설’ 등은 모두 허위로 가닥을 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문제가 일단락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몇 가지 의문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윤회씨의 십상시 비밀회동설은 엉터리에 가깝다. 사절 정보지인 ‘지라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 진원지를 정씨의 전처 최순실씨와 가깝게 지냈던 김모씨 등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최씨 소유의 서울 신사동 빌딩 5층에 입점한 의류점포 주인으로 최씨를 언니라고 불렀다. 김씨가 최씨에게 들은 사생활을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에게 전했고, 박 전 청장은 이를 박관천 경정에게 전했다. 검찰은 박 전 청장의 정보원 가운데 정씨 부부와 직접 접촉한 사람은 김씨가 유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박 경정이 ‘십상시 회동’의 거점으로 지목한 서울 강남의 J중식당 역시 정씨 부부가 가족 모임을 한 것이 김씨→박 전 청장→박 경정을 거치면서 비밀회동으로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김씨는 “정치인 모임 같은 건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씨 부부는 J중식당 대표가 과거 운영하던 청담동의 Y중식당을 딸 등과 자주 들렀다고 한다.

정윤회 문건이 사실과 다른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문건 첫 페이지에는 ‘정씨가 강원도 홍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상경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하지만 정씨가 홍천에 거주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무근이다. 다만 홍천에 지인이 있어서 가끔 들리는 게 전부다. 오토바이를 타고 상경한다는 것도 오토바이를 즐겨타는 정씨의 취미생활을 각색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정윤회 문건은 이런저런 정황들을 각색한 지라시에 불과한 셈이다.

박지만 EG회장 미행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권력암투설을 촉발했던 '정윤회씨의 박지만 미행설'에 대해 검찰이 사실상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진원지를 추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에 따르면 전날 청와대 문건 유출 등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박지만 EG회장은 자신을 미행한 오토바이 기사가 미행 사실을 자백했고 자술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자술서 존재를 부인하며 본인 스스로 미행 의혹을 제기한 적도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시사저널은 올 3월 넷째 주에 발간한 1천275호에 '박지만 "정윤회가 나를 미행했다"'라는 표지기사를 싣고, 복수의 여권 관계자를 인용해 박 회장이 자신을 미행한 오토바이 기사를 잡아 정씨가 지시했다는 진술서를 받아냈다고 보도했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오토바이 기사를 붙잡은 적도 없고 자술서를 갖고 있지도 않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시사저널 보도가 엉터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박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누군가 미행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윤회 문건’ 파문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박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지난 13일 자살한 최 경위가 유서에 남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의 한 경위 회유’ 의혹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물론 청와대는 ‘자백을 하면 기소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회유 의혹에 대해 즉각 사실을 부인했지만, 이 같은 청와대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살한 사람이 유서에 남긴 내용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가 ‘정윤회 문건’의 배후로 지목한 ‘7인회’에 대해 검찰이 “7인회 실체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십상시’와 ‘7인회’로 대변되는 정윤회-박지만 간 파워게임 의혹도 수그러들 전망이지만, ‘7인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청와대 내부 감찰 결과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이 ‘허위’로 판명되더라도 청와대 책임론은 면키 어렵게 됐다. 이제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특단의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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