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시, 교통 복지사각 주민불편 해소 앞장

오왕석 기자 / ow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5-01-07 13:46:2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버스요금으로 타는 '행복택시' 농어촌 오지 달린다
▲ 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행복택시'에 승차하는 모습. 인당 1100원의 요금만 내면 나머지 택시 요금은 시에서 지급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사진제공=안성시청)
버스 운행 않는 마을 40곳ㆍ2650가구
시내나갈땐 콜택시 이용… 요금도 비싸
행복택시 1인당 1100원… 금전 부담↓
마을버스 운영 대비 재정 부담도 적어

[안성=오왕석 기자] 경기 안성시 보개면 구사리 구사마을 주민들은 시내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마을에서 1km 이상 떨어진 정류장을 이용해야 한다. 봄가을에는 운동 삼아 걷는다지만, 뜨거운 한여름과 요즘처럼 매서운 한파가 하루가 멀다 하고 기승을 부리는 때에는 1km를 걸어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특히 몸이 불편한 주민이라면 이동에 어려움이 더 크다. 외출하려면 반드시 가족 중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그럴만한 상황이 안될 때는 값비싼 콜택시를 이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안성시가 '행복택시'를 운영하고 나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안성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불편과 어려움을 겪어온 주민들의 민원을 해소하고 운송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택시 운송사업자의 경영도 개선할 수 있는 '행복택시'를 운행 중이다.

행복택시는 이용 1시간 전에 전화하면 집앞으로 택시가 와서 신청자를 차에 태우고 목적지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택시의 요금은 버스 기본요금과 같은 인당 1100원이다.

▲행복택시란?
행복택시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014년 ‘농촌형 교통모델 발굴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17개의 지자체가 공모했고 안성시를 포함한 12개 지자체가 최종선정됐다. 안성시의 행복택시도 이 가운데 하나로 올해 예산은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이 사업에 10억원가량의 예산을 지원했다.

행복택시는 주 3회, 평일 오전 7시~오후 9시에 운영된다. 하루 운행횟수는 마을별 왕복 2회지만 주민 수요와 예산 사정을 감안해 유연하게 운영된다. 운행은 탑승한 곳에서부터 거주하는 읍·면의 소재지나 안성 시내까지가 기본이다.

▲왜 행복택시인가
안성시는 그동안 농어촌 지역에 90개 노선, 98대의 버스를 보유·운행해왔다. 버스 운영에는 연간 30억6000만원 이상이 소요됐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은 크기가 큰 버스가 운행하기에는 도로가 좁아 운행이 불편한 데다 인구밀도도 낮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교통 불편은 여전했고 버스 운영이 효율적이지도 못했다.

기존의 농어촌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마을은 10개 읍·면·동의 40곳으로 2650가구·5692명이 기본적인 교통복지로부터 소외된 상태였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16%인 안성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주로 장노년층이 대다수 거주하고 있는 농촌지역의 교통복지는 곧 노인복지로도 직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교통을 비용효율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면 교통복지 소외계층이 증가할 수밖에 없어 고정비용이 적고 주민들의 교통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체 운송수단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행복택시 추진과정
안성시는 행복택시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정부에 '농촌형 교통모델 관련 제안서'를 접수했다. 이 제안서가 농촌형 교통모델로 최종 선정되면서 안성시는 2400만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이후 안성시는 '시내버스 미운행 마을 행복택시 운행 및 이용주민 지원 사업 조례'를 공포하고 지난해 10월부터 행복택시 운영을 실시했다.

한 달간은 죽산면 5개 마을 281가구·485명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실시하고 지난해 11월 40개 마을로 운영지역을 확대했다.

서비스 초기인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13개 마을의 주민 400여명이 행복택시를 이용해 1700여km를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용자들은 비용으로 44만원가량을 부담했고 안성시는 200여만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예산 중 집행되지 않은 금액은 올해로 이월됐다.

올해 안성시는 행복택시 운행에 576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또한 같은 금액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받아, 올해에만 총 1억1052만원의 예산이 행복택시에 투입될 예정이다.

행복택시를 운영하면 기존 방식인 마을버스 운행과 비교해 82%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뿐더러 마을버스 3대를 구입해 운용할 경우 발생하는 연간 3억2000여만원의 적자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행복택시 운영방식
추위가 몰아치던 지난해 12월, 안성시 보개면 북가현리 치재마을 주민이 행복택시를 이용해 안성시내까지 이동했다. 치재마을에서 안성시내까지의 거리는 약 12km다. 일반택시를 이용하면 1만7000원의 비용을 감당해야 하지만 행복택시를 이용하면 이용객 인당 1100원만 내면 된다.

한 택시에 합승하는 사람이 늘어도 안성시에서 택시에 지급하는 비용은 이동거리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이 때문에 한 택시를 여러명이 함께 이용할 경우 한정된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각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합의를 통해 마을별로 전담 택시 1대를 선정해 이용 중이다. 행복택시 전담기사는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택시를 운행하고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이후 운행일지를 첨부한 행복택시 탑승비용 지원신청서를 마을 이장의 확인을 받아 읍·면·동으로 제출한다. 읍·면·동에서는 이를 안성시청 교통정책과에 제출하고 최종검토를 거쳐 택시회사에 비용이 지급된다.
지원금을 허위청구할 경우에는 운행이 중단된다. 또한 지원금을 전액 환수하고 별도의 행정처분을 실시한다.

행복택시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살고 있는 농촌의 주민이다. 또한 행복택시가 활성화될 경우 인구감소 및 자가용 승용차 운행으로 인한 농어촌 버스 운행의 비효율성과 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을 완화시킬 뿐 아니라, 운송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택시 운송사업자의 경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