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파 vs 호헌파, 氣싸움 예고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1-29 15: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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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새판 짤 천재일우 기회”
문재인 “촛불 민심 배반은 안돼”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탄핵 이후 정국주도권을 쥐기 위한 개헌(改憲)파와 호헌(護憲)파의 기 싸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개헌을 주장하는 정치권 인사들을 겨냥해 "꿈 깨라"고 하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문 전 대표 측이 오히려 '권력에 눈 먼 정략 집단'이라며 맞받았다.



민주당 비주류 관계자는 29일 “차기 대권 주자들은 탄핵이 처리되면 즉각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개헌파와 개헌은 혼란한 시국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며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호헌파로 확연히 갈리고 있다”며 “이들이 상대방을 향해 서로 ‘패권 세력의 정략’(개헌파), ‘촛불 민심 배반’(호헌파)이라며 격한 비판을 쏟아내는 데에는 ‘포스트 탄핵’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이 깔려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헌파의 리더 격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전날 “야권의 패권을 쥔 정치 세력은 개헌에 대해 정략이라고 매도하고 있다”며 “오히려 지금 이대로 가자는 자들이야말로 권력에 눈이 먼 정략집단”이라고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대한민국의 새판을 짤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개헌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지난 21일에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청와대발 국정농단 사태는 6공화국 헌법 체제의 총체적 폐해,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이제 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적 의도'를 거론하며 연일 개헌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데 대해 "특정인이 된다, 만다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전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 "국민적 요구가 있으면 그에 응하는 것이 정치권의 임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또 같은 당 추미애 대표가 개헌론자들을 정략적 의도가 있는 세력으로 규정하며 '물리쳐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그런 건 너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현재 국민들의 요구는 분명히 대통령 한 사람의 거취 문제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민들의 삶을 옥죄어 오는 잘못된 제도나 관행을 고치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적 합의 중 최고인 헌법을 고치라는 것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헌논의 시기에 대해선 "탄핵은 우리가 소추를 하고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을 하게 될 것 아니냐"라며 "그렇게 되면 헌재가 판단하는 시기에 정치권은 국민의 요구, 잘못된 관행과 체제, 법 등을 정비할 시간을 가져야 하니 그 시기에 (개헌을) 논의하자"고 제시했다.



야당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국회에서 의결하는 시기를 12월2일이나 9일로 잡고 있다. 따라서 그 직후엔 개헌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개헌 논의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역시 최근 광주에서 열린 시국강연회에서 "국민들은 단순히 대통령을 바꾸자는 게 아니라 국가를 바꾸자는 외침을 보내고 있다"고 개헌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들 외에 김종인 의원을 비롯, 박영선·변재일 의원 등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극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분권형 개헌이 필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김무성 전 대표가 최근 김무성 의원은 대선 불출마선언 뒤, "최순실 사태보다 100배 중요한 게 개헌"이라고 강조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가까운 정진석 원내대표도 "헌법 개정 없이 차기 대선을 치른다면 다음 정부에서도 비극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론조사에서 야권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개헌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추미애 대표 역시 대표적 호헌파로 꼽히고 있다.



실제 문 전 대표는 전날 민주당 대전시당 기자회견 및 대학생들과의 시국대화에서 "지금 개헌을 말하는 분들의 정치적 계산이 보인다"고 개헌파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특히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들불처럼 번지는데 곁불을 쬐면서 정치적 이득을 계산하는 개헌논의는 안된다"며 "그건 촛불민심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대표도 같은 날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여론도 이 엄중한 시국에 촛불민심과 어긋나게 불난 집에 군밤을 구워먹겠다는 세력도 있구나, 개헌으로 정치권이 이합집산을 시도하려 하는구나, 이런 걸 좀 느끼는 것 같다"며 개헌파를 정면 비판했다.



이재명 시장도 “현재의 개헌 논의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개헌을 빌미로 한 이합집산이 돼선 안 된다”며 차기 정부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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