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탈출에 대하여 '목적아닌 의미'

서문영 / issue@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7-2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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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군함도’(류승완)는 탈출에 대한 영화다. 탈출이란 ‘어떤 상황이나 구속 따위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뜻한다. 이는 탈출의 의미가 단순히 ‘빠져나오다’에서 그칠 수도 있으나, ‘어떤 상황’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군함도’는 소재와 배경, 멀티캐스팅 등 다양한 주제로 화제를 모았던 만큼 탈출이 가지는 의미 또한 다양하다.

‘군함도’는 1945년 일제강점기,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조선인들이 일본에게 군함도로 끌려가 그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결국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먼저 류승완 감독은 작품에서의 탈출을 크게 ‘승리’로 정의했다. 군함도에서의 탈출이 해방과 자유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시선을 달리 한 것. 영화는 역사적 배경을 인용 했을 뿐, 실제 군함도에서의 탈출과 관련된 기록은 영화의 내용과는 많이 다르다. 그는 “군함도에 있던 모든 사람의 탈출 시도는 제 무의식적 욕망의 반영”이라며 “역사를 배경으로 하되 상상력을 가미해 희망도 보고 싶었고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던 사실을 극적으로 풀어냄으로서 승리를 맛보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 (사진='군함도' 스틸컷)
영화 전체적인 내용에서의 탈출이 ‘승리’라면 인물 개개인이 가지는 탈출의 의미는 조금씩 다르다. ‘탈출=승리’ 공식 역시 모두에게 바탕으로 깔려있지만 저마다 사정과 성격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그 의미에도 미세한 차이가 있는 것. 그런 면에서 영화가 가지는 큰 의미의 탈출과 가장 닮아 있는 것은 말년(이정현 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말년의 “한 명이라도 살믄 우리가 이기는거여, 단 한 명이라도”라는 대사만 보더라도 그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갖은 고초를 겪으며 살아온 말년에게 탈출은 더 이상 짓밟히고 싶지 않은 그의 의지를 드러내는 행위다. 또 같은 조선인들에게 더 큰 수모를 당했던 그가 주위를 챙기고 남을 보살피며 탈출을 돕는 행위 역시 그 동안의 수모가 자신 변하게 하게 할 수 없음을, 즉 굴복시킬 수 없음을 뜻한다. 현재의 고통과 과거의 아픔마저도 밟고 일어서는 그에게 탈출은 굴복하지 않는 것, 곧 승리다.

반면 이강옥(황정민 분)과 소희(김수안 분) 경우는 다르다. 이 부녀의 경우의 탈출은 곧 생존이며 최우선시 할 목적이다. 특히 이강옥의 경우 자신보단 딸의 탈출, 즉 딸의 생존을 간절히 바란다. 말년과는 반대로 굴복하고 짓밟히더라도 딸이 생존할 수 있다면 강옥에게는 무엇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강옥에게 처음부터 탈출이 곧 생존과 직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순응하고 적응하며 살아가던 강옥은 딸의 신변이 위험해지자 탈출과 생존을 동일시했으며, 이내 가장 비굴했던 인물에서 모두의 생존까지 돌보는 또 앞장서는 인물로 거듭난다.
▲ (사진='군함도' 스틸컷)
“쪽팔리고 싶지 않았어요”, 이는 최칠성을 분했던 배우 소지섭이 정의한 탈출이다. 종로 일대를 주름 잡던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은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지고는 못 사는 단순한 성격. 그런 의미에서 칠성에게 탈출은 ‘승리’에 가까워 보일지 모르나, 소지섭은 세상 단순한 그에게 탈출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들을 챙기고 의리 있으며 감정과 본능에 충실한 최칠성에게 탈출은 결국 ‘쪽팔리고 싶지 않으니 나간다’ 정도가 알맞을 것이다.

박무영(송중기 분)의 탈출은 ‘측은지심’이다. 군인인 그는 임무가 최우선이자 전부다. 때문에 강옥 뿐 만 아니라 어린 소회조차 외면해야 하는 것이 그에게는 정당한 행위이며 ‘옳바름’이다. 그러나 지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배우 송중기가 언급했던 것처럼 무영은 조선인들의 처참하고 비참한 광경을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결국 군인이 아닌 같은 사람으로서 그들을 바라보고 탈출을 돕기로 결심한다. 무영은 군인으로서 길들여진 통솔력과 전략을 사용해 사람으로서 조선인들을 탈출로 이끈다.
▲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군함도’는 거창한 역사적 사실과 소재를 근거로 만들었지만 사실 전달을 목적으로 하거나 민족의식을 깨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작품은 말 그대로 영화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인간 본연의 모습과 그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 즉 탈출이다. 작품은 탈출이 단순히 목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이를 통해 인물들의 감정과 과정을 그려냄으로서 현재 우리의 모습을 담아내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 ‘군함도’가 던지는 탈출의 의미와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은 26일 확인할 수 있다. 러닝타임 1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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