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새로운 접근·메시지...'화려한 휴가' 넘어서나

서문영 / issue@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7-29 17: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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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쇼박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는 높은 몰입도를 확보한 경우가 많다. 경험담, 고증, 그리고 역사적 배경 등이 이야기의 리얼리티를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8월 개봉작 중 1980년 광주를 다룬 '택시운전사'(감독 장훈)가 바로 그 작품. 그렇다면 이 영화가 '화려한 휴가' 등 앞서 광주를 소재로 한 작품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1980년 5월 18일, 언론이 통제돼 보도되기 어려웠던 광주 민주화 운동을 '택시운전사'는 평범한 택시기사 만섭(송강호)과 당시 참혹한 현장을 사진에 담아 최초로 보도한 독일 국정의 피터(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경험담의 형식으로 바라본다.

'택시운전사'의 큰 줄거리는 1980년 5월 서울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던 한 남자가 통금 전 광주를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인 기자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여정을 다뤘다.

5.18 광주항쟁을 그린 영화로는 장선우 감독의 ‘꽃잎’(1996),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2007) 등이 있다. 이들 작품은 한국 근현대사에 가슴 아픈 역사로 기록된 광주 민주화 운동을 가슴 먹먹하게 그려냈다.

특히 흥행에도 성공했던 ‘화려한 휴가’는 5월 광주의 슬픔을 생생하게 담아내면서 시민을 향해 총성이 울려 퍼지던 순간부터, 광주시민과 공수부대원들의 전투가 벌어진 전남도청 내부까지 참혹한 실상을 스크린에 옮겼다. 그래서 ‘화려한 휴가’는 당시 ‘사건’을 끄집어낸 것이 아닌,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란 거대한 역사 소용돌이에 휘말린 인간 군상들의 아픔과 연민을 다양한 시각으로 관객들에게 전했다.

물론 ‘택시운전사’ 역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광주 내의 인물들이 아닌 광주 외의 사람들이라는 것이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작품 속 가장이자 아빠인 소시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과 평소 운동권도 아니었던 평범한 광주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그리고 ‘사건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가는 것이 기자’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향하는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 사진제공=쇼박스


따라서 ‘택시운전사’는 사건의 본질을 심도 깊게 그리기보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그리고 있다. 인간의 도리와 행동의 당위를 강조하며 ‘과거 속 남의 일’이 아닌 ‘현재, 우리의 일’ 일수도 있다는 것을 피력하는 것.

그러나 ‘택시운전사’는 ‘화려한 휴가’에서 보여졌던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과 다소 거리가 있다. 오직 광주항쟁을 바라보는 외부인의 시선이 비중이 큰 이유에서다. 사건을 파헤치기보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을 스크린에 담아내며 고통을 어루만진다.

‘화려한 휴가’ 이후 10년 만에 5월의 광주를 정면으로 다룬 ‘택시운전사’. 이 작품이 새로운 접근방식, 장훈 감독 특유의 미장센, 그리고 송강호의 호연을 통해 ‘화려한 휴가’를 뛰어넘은 새로운 명작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추이가 주목된다. 또 관객들에게 심도 깊은 감동을 전할 수 있을지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월 2일 개봉. 러닝타임 1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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