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영화 '브이아이피' 스틸컷

색다른 느와르가 등장했다. 바로 '신세계' 박훈정 감독의 신작 영화 '브이아이피'. 느와르하면 남자들의 브로맨스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브이아이피'는 남자 배우들의 케미스트리와 의리도 없다. 하지만 '브이아이피'는 완벽한 느와르 영화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영화다.

극중 국정원 박재혁(장동건), 형사 채이도(김명민), 연쇄살인마이자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종석), 북학공작원 리대범(박희순) 모두 각각의 욕망과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그들은 누구와도 손 잡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욕망을 쫓아가기 바쁘다.

이처럼 '브이아이피'를 통해 브로맨스 없는 느와르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박훈정 감독은 사건에 집중했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챕터가 나눠지는데, 그 챕터 별로 한 캐릭터가 돌아가면서 중심이 된다. '신세계' 속 남자들의 얽히고 설킨 진한 수컷들의 향연이 극의 묘미였다면 '브이아이피'는 이를 배제하고 오로지 스토리에 초점을 맞춰 관객들을 설득시킨다.

색다른 느와르물의 전개에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만 관객들이 설득당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주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받쳐주기 때문. 스토리가 주가 되지만 배우들의 호연이 없다면 아무리 새로운 느와르물이라도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 장동건, 김명민, 이종석, 박희순은 각자 다른 매력으로 스크린을 꽉 채운다.

특히 첫 악역 변신에 도전장을 내민 이종석은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내밀었다. 곱상한 외모에 청춘 스타 느낌을 물씬 풍기는 그가 오히려 그것을 오히려 강점으로 내세워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를 연기해 보는 이들의 오금을 제대로 저리게했다. 이종석의 악역 연기를 보기위해 '브이아이피'를 봐야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게다가 믿고보는 김명민, 장동건, 박희순의 연기를 논하기엔 두말하면 잔소리다.

박훈정 감독의 색다른 느와르 도전과 그의 욕심이 관객들에게 통할 수 있을까. 개봉 전부터 뜨거운 인기몰이로 개봉까지 하루 앞당긴 '브이아이피'의 흥행 청신호는 이미 예견됐다. 관객이 진짜 'VIP'라며 수많은 스타들이 찾아오는 VIP 언론시사회를 개최하지 않은 영화 '브이아이피'. 이처럼 관객들은 대접받는 기분으로 그저 웰메이드 느와르 영화를 즐기기만 하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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