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취임

이진원 / yjw@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1-27 17: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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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보 이분법 경계”
“균형 잡힌 해결에 집중”
“헌재 독선도 경계할 것”

▲ (오른쪽)이진성 신임 헌법재판소장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이수 헌법재판관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시민일보=이진원 기자]이진성 헌법재판소장(61·사법연수원 10기)이 헌법재판소장으로서 사건의 균형잡힌 해결을 위해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헌재소장은 27일 오전 10시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대립하는 헌법적 가치를 조정하는 헌재는 보수·진보의 이분법에 매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며 “한 영역에서 균형 있는 선택을 했다면 다른 영역에서도 그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선 가장 오래된 사건을 비롯해 주요 사건의 균형 잡힌 해결에 집중하겠다”며 “본연의 업무인 재판을 때맞춰, 적정하게, 올곧게 하면 자연스럽게 국민의 신뢰가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 헌재소장은 ‘헌재의 독선’을 항상 되돌아보며 경계하겠다는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이 헌재소장은 “우리가 혹시 ‘그들만의 리그’에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아야 한다”며 “다른 국가기관들처럼 헌재도 자신의 권한을 독점하고 있어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긴장감을 놓쳐 현실에 안주하거나 독선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례를 존중하면서도,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며 “선례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데서 출발해 우리 앞에 놓인 헌법적 쟁점을 해결해야 독선적이거나 잘못된 결론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독선을 방지하기 위해 ‘열린 헌법재판소’를 목표로 외부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는 각오 또한 밝혔다.

그는 “선입견을 없애고 닫힌 마음을 열어, 그 빈자리를 새로운 사색으로 채우는 재판관, 신선한 사고로 선례와 자료를 폭넓게 수집하고 검토하는 연구관, 업무상 마주치는 불합리를 개선하려는 직원들이 모이면 속 깊은 사고와 균형 잡힌 시선으로 인간과 세상을 사랑하는 ‘열린 헌법재판소’가 탄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헌재소장은 헌재 본연의 임무인 ‘정의 구현’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헌재소장은 “실질적 의미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선언해야 할 새로운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며 “헌재 구성원의 합리적인 이성과 인간과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국민이 원하는 것을 슬기롭게 돌려드릴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날 이 헌재소장은 말을 줄이며 김종삼 시인의 일제강점기 거지 소녀와 맹인아버지의 고단하지만 의연한 삶을 다뤘으며, ‘손바닥만 한, 아주 짧은 문학 작품’이란 뜻의 ‘장편(掌篇)’을 제목으로 한 ‘장편 2’ 시를 인용했다.

그는 시를 인용하며 “헌재의 주인은 고단한 삶이지만, 의연하게 살아가시는 우리 국민”이라며 “우리는 헌재의 관리자에 불과하다. 우리에게는 이 기관을 맡겨주신 국민을, 이롭게 하여드릴 의무가 있다. 그 분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고, 눈물을 닦아드릴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헌재소장은 지난 22일 헌재소장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도 김종삼 시인의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를 낭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민 대표자의 의사를 국민이 부과한 무거운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헌재소장이 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 헌재소장은 지난 24일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았다.

이에 따라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이후 298일째 계속되던 헌재소장 공백이 해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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