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안, 사퇴해야”...손학규 “김, 결단해야”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5일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에 대해 "시간상으로 단일화 절차, 방법을 논하기는 늦었다"며 "상당히 어려운 지경에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여의도역 인근 유세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힌 후 "안 후보는 객관적이고 공평한 방식의 단일화보다 저보고 결단만 내리라고 하는데 제가 무슨 결단을 해야 할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서로 의견 일치가 안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양당 모두 단일화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하지만 정작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서로에게 양보해줄 것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서울시민과 야권에서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면서 "박원순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야권이 분열돼 선거를 치루면 지난 탄핵대선의 재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조직과 정책면에서 우세에 있는 김문수 후보가 사퇴하기는 참 어렵다"며 "그것은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25개 구청장, 광역, 기초의원, 국회의원 보선이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철수 후보의 인물 평가에 대해서는 높이 사지만 현실적으로 선거는 조직의 열세로는 치를 수 없다"며 "안 후보의 구국적 결단을 앙망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같은 날 "야당의 대표선수는 안철수고, 안 후보가 나서야 박원순 후보와 대결할 수 있다"면서 "자유한국당은 박원순 시장의 또 다른 4년을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힘을 합쳐 서울시의 새로운 발전을 기대할 것인지, 김문수 후보의 위대한 결단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앞서 손 위원장은 지난 3일에도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인위적인 단일화가 아니라 국민들이 다수의 세력에게 자연스럽게 지지를 해주는 과정에서 합칠 수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지금 야권의 두 후보 중 안 후보가 더 정통성이 있다"며 안 후보가 단일 후보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데 있다는 관측이다.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위해서는 김 후보의 요구조건인 당 대 당 통합 등 정계개편에 대해 안 후보가 일정 부분 수긍해야 하는데 바른미래당을 창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당과의 통합에 명시적인 동의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실제 김 후보 측근으로 안 후보 측과 단일화를 논의했던 차명진 전 의원이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문수·안철수 후보 단일화론의 실체를 공개하겠다”며 밝힌 안 후보 측과의 대화내용에서도 이같은 고민의 일단이 묻어난다는 지적이다.

차 전 의원에 따르면, 당시 안 후보 측은 “안 후보가 (여론조사 상에서) 2등이니 김 후보가 양보하라”고 제안했고, 차 전 의원은 “설사 (안 후보가) 2등이라고 해도 단일화 제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며 “양당이 합당해야 한다는 의지를 (안 후보가) 선언해야 한다. 그 후 백지상태에서 단일화 방법을 논의해보자”고 제안했다.

특히 “이런 문제는 후보끼리 얘기해야 한다”는 차 전 의원 주장에 따라 지난 3일 두 후보의 심야회동이 성사됐다.

회동 과정에 대해 차 전 의원은 “며칠 후 안 후보가 김 후보에 연락해 단둘이 만났다. 내가 안 후보 참모를 만났던 상황이 그대로 재연됐다”며 “거기서 (단일화는) 끝인 줄 알았다”고 적었다.

그러나 사실상 단일화는 결렬됐고 이후 안 후보 측의 군불 지피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차 전 의원 주장이다.

차 전의원은 “안 후보 측 사람들이 기자들에게 단일화 논의에 진전이 있는 것처럼 얘기를 흘리고 있다. 심지어 김 후보가 안 후보에게 양보하고, 선거가 끝난 뒤 (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제치고 합당할 것이라는 가당치도 않은 얘기를 흘린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여전히 극적인 단일화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