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누설 혐의' 유해용 前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무죄

황혜빈 / hhyeb@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1-13 15: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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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공모혐의 증거 부족"··· 사법농단 사건 첫 판결
양승태·임종헌 등 핵심인물 재판 영향 제한적 전망
[시민일보 = 황혜빈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54)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는 ‘사법농단’과 관련해 기소된 사건들 중 법원의 첫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박남천 부장판사)는 1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수석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유 전 수석은 대법원에서 근무하던 2016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휘하 연구관에게 특정 재판의 경과 등을 파악하는 문건을 작성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청와대의 요청을 받은 임 전 차장이 유 전 수석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에 개입한 김영재·박채윤 부부의 소송 상황을 알아본 후 이를 청와대에 누설한 것으로 봤다.

유 전 수석은 상고심 소송 당사자들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를 퇴임 후 개인적으로 챙기고, 대법원 재직 시절 취급했던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에 수임한 혐의도 받았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혐의를 모두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우선 재판 경과를 누설한 혐의에 대해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문건 작성을 지시해 임 전 차장에게 전달했다거나, 임 전 차장이 청와대 등 외부에 이를 제공하는 등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를 퇴임 후 챙긴 혐의에 대해서는 “해당 보고서 파일이 공공기록물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 파일 내용 중에 개인정보가 일부 포함돼 있다고 해서 피고인에게 개인정보를 유출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이 사임하면서 사무실의 개인 소지품을 가지고 나오는 과정에 보고서 출력물이 포함돼 있었을 뿐, 그 정보를 변호사 업무에 사용할 의도를 증명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위에 함께 적용된 절도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유 전 수석이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한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 재직 시절 직무상 실질적·직접적으로 취급한 사건이라고 볼 수 없다며 변호사법 위반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유 전 수석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사건도 맡고 있다.

다만 유 전 수석이 받은 혐의는 양 전 대법원장 등과는 공범 관계로 엮여 있지 않다.

아울러 이날 재판부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임종헌 전 차장과의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만큼, 임 전 차장의 사건에서는 이 혐의에 대한 판단이 별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결과가 전체 사법농단 사건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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