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위한 삼성그룹 차원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있었다고 판단한 지 한 달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이복현 부장검사)는 23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의할 당시 판단 근거가 된 보고서 등 관련 문건을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바이오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다.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콜옵션 부채가 2012∼2014년 회계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상태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졌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2015년 7월 주주총회에서 옛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전격 성사됐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46.3%) 가치를 6조6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1:0.35)에 찬성했다.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합병이 성사됨에 따라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 과정에서 회계사들로부터 "삼성이 주문한 대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 1대 0.35가 정당하다'는 보고서 내용을 작성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런 보고서는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판단 근거가 됐다.
검찰이 옛 삼성물산 대주주로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한 점에 비춰 수사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부정 의혹'이라는 종착점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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