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령주식' 매도 삼성증권 직원들 47억 배상하라"··· 法, 회사피해 책임 절반 인정

홍덕표 / hongdp@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10-23 16: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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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일보 = 홍덕표 기자] 법원이 잘못 입고된 '유령 주식'을 팔아 시장에 혼란을 일으킨 삼성증권 직원들에게 회사 손해 절반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이동연 부장판사)는 삼성증권이 직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령 주식을 판매한 직원 13명이 47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들은 2017년 4월6일 삼성증권에서 발생한 '배당 사고' 당시 자신의 계좌에 잘못 입고된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판 직원들이다.

당시 삼성증권 담당 직원은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의 현금을 배당하려다가 실수로 주당 1000주를 배당했다.

이에 삼성증권 정관상 주식 발행 한도를 수십 배 뛰어넘는 28억1295만주의 유령 주식이 발행됐다.

유령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일부가 이를 시장에 내다 팔면서 혼란이 일어났다.

이번 소송의 당사자인 직원들이 판 주식은 534만주로, 체결된 거래금액만 1900억여원에 달했으며, 그 영향으로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최대 11.7% 폭락했다.

하지만 이들은 주식 거래가 체결된 지 3거래일이 지난 뒤에야 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식을 내다 판 돈을 실제로 가져간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의 계좌를 위임받은 삼성증권은 팔린 만큼의 주식을 매수 혹은 대차하는 방식으로 다시 전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매도금과 매수금 사이의 차액과 수수료 등 91억여원의 손해를 봤다.

또한 투자자들의 손해를 배상하는 과정에서 3억여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증권은 이렇게 발생한 손해 94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직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 직원들은 "시스템 오류인지 시험해 보려 매도주문을 했을 뿐이라 손해를 입히려는 고의가 없었다"며 "유령 주식을 매도한 것이므로 유효한 '매도계약'이 존재하지 않아 손해를 입혔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매도 주문을 했거나 한 번에 1만주 이상의 매도 주문을 했다는 점을 근거로 '시험해 본 것'이라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설령 주식을 처분할 고의가 없었다고 해도, 회사의 직원으로서 고용계약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상황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회사의 처리 지침을 알아봐 회사의 손해를 최소화할 의무가 있다"며 "처분 권한이 없는 권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만연히 처분행위로 나아간 과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현행 주식거래시스템에서 주문이 체결되면 2영업일 후에 결제 이행이 이뤄지므로 주식을 실제로 확보한 상황에서만 유효한 매도주문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당시 체결한 주식매매계약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삼성증권 시스템의 결함과 담당 직원의 실수 등도 사건의 한 가지 원인이 됐고, 삼성증권이 배당사고 직후 사내방송 등을 통해 매도금지 공지를 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면이 있다며 직원들의 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당시 전산 입력 실수로 배당금 대신 주식을 입고시킨 담당 직원 2명을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입력 착오와 회사의 손해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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