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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찰이 지역 토착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단속을 벌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월부터 9월 16일까지 토착비리 특별단속을 통해 1,863명을 적발해 729명을 송치하고 27명을 구속했다. 권한남용 841명, 재정비리 814명에 이르렀다.
경남에서는 면장과 부면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행정정보시스템에 몰래 접속해 169회에 걸쳐 약 13억 9,587만 원을 횡령한 면사무소 예산 담당 공무원이 적발돼 구속됐다. 경찰의 수사 성과는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특별단속을 통해 이 정도의 비리가 드러났다면, 평상시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지역사회 비리와 부정은 얼마나 더 존재하고 있을까.
범죄를 수사하고 공공질서를 유지하는 일은 국가의 기본 책무다. 하지만 경찰의 인력과 예산은 무한하지 않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각종 보조금 사업과 수의계약, 지역개발 사업과 민관 유착 가능성을 경찰이 365일 일일이 들여다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필자가 오랜 기간 경찰 현장에 몸담으며 느낀 것도 이러한 한계였다.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이 아무리 부지런히 순찰해도 모든 가정과 상점의 문 앞을 24시간 지키며 절도와 각종 위험을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공공의 책임을 유지하면서 민간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보완 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대표적인 것이 민간경비다. 우리나라는 1976년 「용역경비업법」을 제정해 1977년부터 시행했고, 오늘날 「경비업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경찰을 대신하게 한 것이 아니라 공공경찰이 모든 예방수요를 직접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을 민간 전문인력이 보완하도록 법적으로 관리한 것이다.
의료와 교육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공의료가 존재하면서도 「의료법」에 따라 민간 의료기관이 국민의 다양한 의료수요를 담당하고 있다. 교육 역시 공교육을 중심으로 하되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원과 교습소 등 민간교육 영역이 제도적으로 운영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공이냐 민간이냐’가 아니다. 국가가 맡아야 할 영역과 민간이 보완할 영역을 구분하고, 이를 법률로 관리·감독하면서 협력하게 하는 것이다. 공공의 책임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공공자원을 반드시 공권력이 필요한 영역에 집중하고, 민간은 그 밖의 다양한 수요를 책임 있게 보완하도록 하는 구조다.
그렇다면 조사와 사실확인의 영역은 어떠한가. 체포·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와 범죄수사는 당연히 국가수사기관의 영역이다. 그러나 실종자 소재 확인, 피해사실 확인, 공개정보 분석, 민사분쟁 자료수집, 기업 내부 부정의 기초조사, 공익신고 자료의 정리와 분석까지 모두 경찰이 직접 담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필자는 ‘공익탐정’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탐정 활동에는 개인이나 기업의 정당한 의뢰를 받아 조사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영리적 영역이 있는 반면, 공익신고·사회적 약자 보호·부패와 범죄 예방·공익제보자 지원 등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공익적 영역도 있을 수 있다.
공익탐정은 경찰의 축소판이나 ‘제2의 경찰’이 아니다. 공개된 행정자료와 계약·입찰·보조금 자료를 분석하고, 제보자가 적법하게 확보한 자료를 정리하며, 사건의 흐름과 관계를 구조화해 감사기관·국민권익위원회·수사기관 등에 전달하도록 돕는 민간 조사전문가다. 한마디로 수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발견하고, 확인하고, 정리하고, 연결하는 사람’이다.
이번 토착비리 특별단속에서도 수사단서는 고소·고발·진정 855명(45.9%), 기관 고발·수사의뢰 552명(29.6%), 첩보 300명(16.1%), 경찰의 자체인지 153명(8.2%) 등이었다. 수사는 경찰이 담당했지만 상당수 사건의 출발점은 경찰 밖의 신고와 제보, 정보였던 셈이다. 이는 공익탐정의 역할을 단순한 사적 의뢰의 영역에만 한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컨대 한 주민이 지역의 부당한 수의계약이나 보조금 집행을 의심하고 자료 일부를 갖고 있어도 무엇이 핵심인지, 어떤 자료를 더 확인해야 하는지, 어느 기관에 신고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공익탐정은 이 단계에서 자료를 수집·분류하고 사실관계를 구조화해 공익제보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특히 흩어진 자료를 시간순으로 배열하고, 공개자료와 제보내용을 교차검토하며, 의혹과 확인된 사실을 구분해 정리한다면 신고의 신뢰성과 관계기관의 검토 효율을 함께 높일 수 있다. 지역사회의 비리와 부정은 관계망이 좁을수록 제보자가 혼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특성도 있다. 이때 제3자인 조사전문가가 자료의 출처와 취득경위를 확인하고 객관적 사실 중심으로 정리한다면 제보자의 부담을 줄이고 무리한 의혹 제기를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에서도 ‘공익탐정론’을 중요한 교과목으로 다루고 있다. 탐정을 단순히 돈을 받고 남의 일을 조사하는 직업으로만 가르쳐서는 전문직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적법한 정보수집, 개인정보 보호, 공익신고와 제보자 보호, 조사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함께 교육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공익이라는 명분이 위법한 조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불법 위치추적, 개인정보의 불법 취득, 통신·금융자료의 무단조회, 주거침입과 사생활 침해 등은 엄격히 통제돼야 한다. 오히려 탐정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법률로 분명히 정하는 것이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길이다.
현재 제22대 국회에는 「탐정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다만 기존 법안을 토대로 탐정의 사회적 기능과 공익적 역할까지 함께 담아내는 통합적 제도 설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를 가칭 「공인탐정업의 관리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같은 틀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 법에는 자격과 등록뿐 아니라 업무범위와 금지행위, 개인정보 보호, 공익신고자 지원, 실종자 조사, 조사보고서 작성기준, 손해배상과 징계, 감독체계 등을 함께 규정해야 한다. 공인탐정에게 경찰권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민간조사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1976년 「용역경비업법」이 민간경비에 경찰권을 넘긴 법이 아니었던 것처럼 탐정 관련 법률도 수사권을 민간에 넘기는 법이어서는 안 된다. 강제수사와 공권력의 영역은 국가가 책임지고, 비권력적 사실확인과 정보수집, 제보자 지원 등은 적법한 범위에서 민간 전문인력이 보완하는 것이 민관협력의 기본원칙이다.
토착비리 1,863명 적발은 경찰의 성과인 동시에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를 보여준다. 더 많은 경찰을 투입하는 것만으로 곳곳에 숨어 있는 비리와 부정을 모두 찾아내기는 어렵다. 경찰의 엄정한 수사, 시민의 신고와 제보, 적법한 사실확인을 지원하는 민간 조사전문가가 연결될 때 지역사회의 감시망은 더 촘촘해질 수 있다.
이제 질문은 ‘경찰이 할 것인가, 탐정이 할 것인가’가 아니다.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과 민간이 적법하게 보완할 일을 어떻게 나누고 연결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필요한 것은 대체가 아니라 보완과 협력이며, 그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명확한 법적 기준이다. 1,863명이라는 숫자 뒤에 남은 과제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학과장 ▲경찰학박사, 美경영학박사 ▲경찰청 총경 퇴임 ▲前대통령실 행정관 ▲K-탐정연구소장 및 K-탐정단장 ▲공인탐정법 등 민간조사업 관련 논문·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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