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쿠폰 받고 세금 더 내라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7-28 11:48:4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민생회복 지원금을 위한 21조 원 규모의 국채 발행이 결국 증세로 이어지고 있다.


전 국민 소비쿠폰에 13조 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부어 나라 곳간이 비었으니 세금을 올려야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줬다가 다시 빼앗는 셈이다.


자기 쌈짓돈 쓰듯 국민 혈세를 뿌리며 인심을 쓸 땐 언제고, 이제는 다시 국민 지갑을 털겠다는 것이냐는 반발이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조삼모사식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정재 정책위의장도 "줬다 뺏는 게 안 주는 것보다 기분이 나쁘다"라며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권의 민낯"이라고 가세했다.


사실 이는 이재명 정권이 당선 사례금처럼 돈을 뿌리는 포퓰리즘 정책을 시행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


국가의 재정은 한정돼 있는데 갑자기 전 국민에게 15만 원부터 45만 원까지 나눠주겠다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재명 대통령의 사재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더불어민주당이 보태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결국, 15만 원을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주고 왼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강탈해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쩌면 빼앗아 가는 돈이 그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건 날강도다.


실제로 민주당과 기재부는 오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어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논의한다. 이후 세제발전심의위원회 회의를 거쳐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당정은 윤석열정부의 감세로 2년 만에 4%포인트 넘게 떨어진 조세부담률을 다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2022년 윤석열정부 첫해에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씩 낮췄던 법인세율을 되돌려, 현행 9~24%에서 10~25%로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상장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은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다시 강화하고,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전제로 인하했던 증권거래세율도 현행 0.15%에서 0.18%로 복구시킬 공산이 크다.


심지어 감액배당에 대한 과세, ‘코스피 5000’을 뒷받침할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각각 새롭게 도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그동안 없던 세금 제도를 만들어서라도 돈을 거두어들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인세 인하는 2023년 여야가 합의한 것이다. 기업의 활동을 촉진 시켜 국민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다시 세율을 인상하면 국내 투자 여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법인세 최고세율을 15%까지 낮추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것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들의 미국 본국 회귀를 유도하는 ‘제조업 르네상스’를 추진 중인데 한국 정부는 법인세율을 다시 올리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정반대 길을 가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면 세수는 더욱 줄어들 것이고, 특히 국민이 일자리를 잃게 돼 실업률이 높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법인세율 1%포인트 인상은 설비투자를 장기적으로 4% 가까이 감소시키고, 실업률을 0.5%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법인세율 인상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기업은 해외법인 이전이나 세무 설계로 세금을 조정할 여지가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대로 세율 인상의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법인세율 인상과 함께 투자 세액공제 확대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세액공제는 사후 혜택일 뿐, 현금흐름이 막힌 기업에는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상식이다.


결과적으로 국민 1인당 15만 원씩 퍼주는 대신 세금을 올린 대가로 중소기업이 고통을 받고 국민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민생회복 지원금에 대해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높게 나온 것은 그래서다. 국민도 이재명 정권의 민생회복 쿠폰 지급이 ‘조삼모사’라는 걸 알고 있다는 의미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