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청대전’ 재점화?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11-16 12: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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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대통령실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중지법’에 제동을 걸면서 불거진 ‘명·청’ 갈등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대장동 항소 포기’ 여파로 ‘명·청대전’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1월 2일 현직 대통령 임기 중 형사재판을 중지시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정안정법’이라고 명명하면서 추진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곧장 반대 의견을 밝히며 제동을 걸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다음 날 브리핑을 열고 “헌법 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은 중지된다는 게 다수 헌법학자의 견해이며, 헌법재판소도 같은 취지로 해석한 바 있다”라며 “헌법상 당연히 재판이 중단되는 것이니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기를 당부드린다”라고 했다.


아마도 대통령실은 ‘재판중지법’보다 더 강한 ‘공소취소’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것이다. 그걸 모르고 설치는 정청래 대표가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 앞선 환담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오랜만에 본다”라며 뼈 있는 인사를 건넨 건 그래서다.


두 사람 사이에 소통이 없다는 걸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그러자 정청래 대표가 ‘납작’ 엎드렸다.


정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며 “당정대는 원팀·원보이스로, 앞으로 이재명 정부 임기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차돌처럼 단단하게 뭉쳐서 찰떡 호흡할 것”이라고 강조하는가 하면, 특히 그간 관례처럼 해오던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신 경기 용인의 한 유기견보호소를 찾아 봉사활동과 현장간담회를 진행한 것은 최근 불거진 당정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한발 물러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런 정 대표에게 다시 고개를 들 기회가 찾아왔다.


이른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이 불거진 것이다.


검찰이 법원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선고 결과에 승복하고 지난 11월 7일 ‘항소 포기’를 결정하는 대형 사고가 터진 것이다. 수사팀의 반발이 전국 검찰로 번졌고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이 물러나야만 했다. 여론은 그 배후로 대통령실을 의심하고 있으나 대통령실은 속앓이만 할 뿐,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법무부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는 대통령과 무관하다’라고 주장해도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자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당 지도부가 다시 총대를 메고 나섰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따른 검찰 내부 반발을 두고 곧장 ‘항명’으로 규정하면서 ‘검사징계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을 돕겠다는 것이지만, 정청래 대표의 관심사는 오직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팬덤 관리’에 있다.


그 적나라한 모습이 ‘조희대 대법원장 흔들기’다.


정청래 대표는 사법개혁이라는 미명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등 그를 흔들어대는 데 열중했다. 사실 이건 재판이 재개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이슈였다. 하지만 정 대표에게는 아쉬울 게 없는 이슈였다.


오히려 자신이 계속 이슈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일종의 ‘꽃놀이패’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권력은 누가 뭐래도 이재명 대통령이다.


현재로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잃을 게 없는 싸움처럼 보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어느 순간에 일전을 벌이면 정청래 대표가 ‘토사구팽(兔死狗烹)’ 당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김어준을 등에 업은 정 대표가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 대표가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원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내 뒤에는 당원들이 있다는 일종의 엄포다. 이런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관계는 오월동주(吳越同舟)다. 강 한복판에 서 있는 지금은 손을 잡아야 하지만 강을 건너자마자 서로를 향해 칼끝을 겨누게 될 것이다. 그게 잔인한 권력의 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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