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철회 촉구와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넘기라며 국회 본관에서 농성을 벌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금 나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중이다.
대선 패배 이후 무기력한 국민의힘에서는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사람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나경원 의원의 이런 처절한 몸부림도 당장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에서 압도적 의석을 지닌 더불어민주당이 콧방귀도 뀌지 않는 탓이다.
실제로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민석 총리 후보자 인준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라며 “국민의힘이 인준을 계속 방해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고, 협치를 위해서라도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넘기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라며 “협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따라서 나 의원의 요구를 민주당이 수용할 가능성은 사실상 0%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데 굳이 나 의원의 요구를 받아들일 까닭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 의원의 농성 투쟁은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의 투쟁을 비하하거나 조롱해선 안 된다. 당장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국민에게 민주당의 독선과 횡포를 알려 거대한 제방을 무너뜨리는 작은 구멍을 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민석 총리 후보자는 아예 대놓고 나 의원을 일부러 찾아가 조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김 총리 후보자는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농성 중인 나 의원을 찾아가 "단식하는 건 아니죠? 자료를 다 냈는데 안 보더라"라고 말을 건넸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소장 개혁파인 김재섭 의원은 "나경원 의원을 조롱하고 모욕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는 돈 문제 등에 대한 진실한 사죄는커녕 이를 지적하는 야당 의원을 조롱하고 비난한 것으로 누가 보더라도 '나는 어차피 총리가 될 사람, 너희가 이렇게 한다고 막을 수 없다'고 한 방 먹이고 간 것"이라면서 "이런 면에서 과연 김민석이라는 사람이 총리가 될 수 있느냐, 이것이 바로 이재명 정부 인사들의 DNA냐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이 점에 대해 나 의원에게 분명하게 사과를 해야 한다.
아무리 자신의 총리 임명을 반대하는 농성이 불쾌하더라도 여성 의원을 상대로 그렇게 모욕해선 안 되는 것이다. 더구나 총리가 되겠다는 사람 아닌가.
그런데 가관인 것은 같은 당에서도 나 의원을 향해 “보여주기식 정치”라는 비판이 나왔다는 점이다.
당내 친한계로 꼽히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넓고 쾌적한 국회 본청에서 최고급 같은 텐트 치고, 김밥과 스타벅스 커피 드시면서 화장 여부는 모르겠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화보 찍듯 활짝 웃는다”라며 “손 선풍기 앞에 놓고 책 읽는데 국민이 이걸 농성이라고 생각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그는 “로텐더홀은 일반 국민은 출입하기 힘든 곳이니 거기서 텐트치고 먹을 거 먹으며 1박 경험하라면 입장료 비싸도 지원자 미어터지겠다는 생각에 쓴웃음이 났다”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이에 나 의원이 “부적격 비리 총리 후보 김민석 인사 철회, 의회 독재 견제를 위한 법사위원장 반환 규탄 농성을 두고 민주당의 악의적 조롱 프레임에 부화뇌동해 함께 내부를 공격하니 한심하다”라며 “나의 농성에 대한 발언은 명백한 해당(害黨) 행위”라고 맞받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대응이다.
이래선 안 된다. 함께 힘이 되어 싸워주진 못할망정 같은 당 사람이 민주당과 합세해 조롱하는 것은 결코 온당한 처사라 할 수 없다. 설사 8월 전당대회에서 나경원 의원이 한동훈 전 대표와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한 전 대표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 전 최고위원은 즉시 나 의원에게 사과함이 마땅하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