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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과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등 실명을 거론하며 거취 결단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그들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다.
윤 위원장은 17일에도 "그간 당을 이끌어오신 분들의 희생과 헌신이 절실하다"라며 중진 의원들을 재차 압박했다.
너무나도 뜬금없어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물론 쇄신을 위해서라면 불가피하게 인적 청산을 해야만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합당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거론된 청산 대상을 보면 그 기준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더구나 이런 결론이 혁신위에서 논의 끝에 도출된 것이 아니라 다분히 개인적인 감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이는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로 혁신위원인 최형두 의원은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나경원·윤상현·송언석·장동혁 의원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거론한 데 대해 "혁신위에서 논의된 사안은 아니다"라며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한마디로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혁신위원회 논의조차 거치지 않고 제멋대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의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는 말이다. 이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다.
그것도 이재명정부의 첫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 거기에 당력을 집중해야 할 시간에 포문을 당내 인사에게 돌리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것은 사실상 해당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장동혁 의원이 “지금 거취를 표명해야 할 사람은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라며 "윤 위원장의 오발탄으로 모든 게 묻혀버렸다"라고 한탄한 것은 그런 이유다.
나경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당의 주적은 민주당이 아닌 동료의원과 자당 지지층인가"라고 반문하면서 "혁신위가 요구하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탄핵에 반대했고, 우리 당을 대선에서 지지해 줬던 40%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소신 없는 정치인의 자기부정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사실 나경원 의원과 장동혁 의원은 국민과 특히 당원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는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들이다. 그런 그들을 배척하려면 그에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 데 그런 것도 전혀 없다. 그러다 보니 특정 계파의 당권 주자를 돕기 위해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이들을 ‘혁신’이라는 미명으로 일거에 제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당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런 수법은 성공하기 어렵다. 이미 당원들이 그 속내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윤희숙 위원장은 좌충우돌하며 오발탄을 난사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총구가 적군을 정확하게 겨누지 못하고 오발탄을 난사하면 피해를 보는 건 우군일 뿐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소수당이다.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횡포를 일삼고 국회 운영을 독단적으로 하는데도 저지할 힘이 없다. 거기에다 집권세력은 행정 권력을 거머쥐었고 사법부마저 그 거대한 권력 앞에 굴복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에 맞서 싸워온 투사들을 마구잡이로 가지치기를 한다면 누가 그들의 횡포에 맞서 싸울 것인가.
국민의힘은 왜 민주당이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을 후보로 내고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는지 한번 돌아보라.
대선 후보가 범죄 피의자로 여러 재판이 진행되는데도 당내에서 이 후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흠결이 많은 후보를 감싸 안았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총선 당시에는 비명횡사 공천을 자행했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소수가 반대 의견을 냈으나 결국 그들은 모두 당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희숙 같은 사람이 혁신위원장이 되어 망나니 칼춤을 추고 있으니 당이 제대로 굴러갈 리 만무하다. 이런 혁신위라면 차라리 해체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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