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횡사-친명횡재’가 ‘비청횡사-친청횡재’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6-08 13: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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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12곳에서 승리하고도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함에 따라 ‘축배의 잔’을 들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에서 승리한 점을 들어 ‘승리한 선거’라고 강조하지만, 당내에선 ‘정청래 책임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란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길 곳을 지고, 또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고 하면 그건 문제가 다르다"라며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의 경고라고 생각한다"라며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론은 나의 부족함"이라고 덧붙였다.


말로는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고 있으나, 핵심은 이번 6.3 지방선거는 성공한 선거가 아니라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앞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후 첫 의원총회에서 “이번 선거에 대한 평가는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지만,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 맞다”라며 “평가위원회를 만들어서 백서를 발간하기로 뜻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백서가 나오기 전에 이 대통령이 ‘성공한 선거가 아니다’라고 쐐기를 박아 버린 것이다. 사실상 ‘패배한 선거’라는 것이다.


선거 결과에 대해선 당 대표가 책임을 지는 게 상식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정청래 대표 책임론을 들고나온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심지어 당 지도부 일원인 이언주 최고위원은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라며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연임 도전을 앞두고 '선거 책임론'에 직면한 정청래 대표에게 친명계 이 최고위원의 사퇴는 직격타로 작용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한마디로 최고위원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데 당 대표인 당신은 왜 책임을 지지 않느냐는 항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격전지에서 민심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 최고위원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라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평의원으로 돌아가겠다”라고 선언했다.


같은 친명계인 강득구 최고위원도 비록 최고위원직을 사퇴하지는 않았으나 정청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런 목소리는 당내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염태영 의원은 “이번 선거는 사실상 민주당의 쓰라린 패배”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승리했다고 자평하는데 패배에 대한 인정도, 책임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이번 선거를 “성공한 선거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실패한 선거로 규정하고, 친명계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내던지는 등 정청래 책임론을 줄기차게 제기하는 건 9월 초 개최가 예상되는 전당대회와 무관치 않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는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걸 무기로 당을 장악하게 되면 차기 강력한 대선 주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총선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피고인 신분임에도 대통령 후보가 되는 걸 모두가 지켜보았다.


따라서 정청래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면, 이 대통령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 ‘친청횡재’, ‘비청횡사’ 공천으로 당을 장악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러면 그 누구도 정 대표가 대선 주자가 되는 걸 막을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도 레임덕에 빠져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친명계가 줄기차게 정청래 책임론을 들고나오는 것은 이런 상황이 우려되는 탓이다. 하지만 정청래 책임론으로 연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이 ‘친청횡재’, ‘비청횡사’ 공천으로 돌아온다면 그건 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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