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이대로는 안 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10-01 13: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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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그런데 선거 직전 진행된 여론조사를 보면 이상하게 정원오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들이 눈에 띄었다.


그즈음에 오세훈 시장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눈 일이 있다.


오 시장은 그런 여론조사들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특별시 시민들의 높은 의식 수준을 믿는다고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 시장이 승리했다. 서울시민들이 안정적으로 서울을 발전시킬 적임자로 오세훈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원오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오고 그런 결과가 언론에 대서특필됐던 이유가 무엇일까?


최근에 정원오 후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정치컨설팅 명목으로 13억 원을 썼다는 보도가 나왔다.


13억 원이라면 엄청난 비용이다.


실제로 서울시 선관위에 제출된 회계자료를 바탕으로 한 보도를 보면 정원오 캠프가 KSOI에 지급했거나 지급하기로 한 돈은 정확히 12억7513만8265원이다.


그 가운데 정치컨설팅 계약은 5억 원이고, 나머지는 선거공보물 제작 약 7억 원, 현수막과 명함 등 다른 선거 관련 비용이다.


결과적으로 순수 정치컨설팅 비용은 5억 원인 셈이다.


그러나 5억 원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KSOI가 5억 원을 받고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컨설팅을 한 것인지 회계자료만 보고는 알 수가 없다.


그 정도의 비용을 받아야 할 만큼, 뭔가 대단한 정치컨설팅을 했다는 것인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여론조사와 관련된 어떤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KSOI는 정치컨설팅 회사이면서 동시에 여론조사기관이기 때문이다.


정원오 캠프가 KSOI와 5억 원짜리 정치컨설팅 계약을 맺은 날짜는 4월 24일이다.


그 이후 KSOI가 진행한 여론조사가 언론을 통해 발표됐는데 모두 정원오 후보가 비록 오차범위 내이지만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실제로 5월 12~13일, CBS가 KSOI에 의뢰한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는데 정원오 44.9%. 오세훈 39.8%로 나왔다.


또 5월 26~27일, 프레시안이 KSOI에 의뢰 조사는 정원오 45.7%. 오세훈 45.6%로 역시 미미하지만, 정원오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들은 각 언론을 통해 일제히 보도됐다.


물론 그 조사가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런 여론조사 결과들이 잇따라 공개될 때 KSOI는 이미 정원오 후보의 선거전략을 돈 받고 컨설팅하는 회사였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가는 건 당연지사다.


정원오 후보의 선거전략을 돈 받고 짜주는 회사가 동시에 언론사의 의뢰를 받아 그 후보의 지지율을 조사하고 공표하는 것은 괜찮은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그런 행위에 대해 불법 여부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나와봐야 알겠으나 최소한 정치 도의적으로나 상 도의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이 과연 이런 여론조사를 신뢰하겠는가.


여론조사는 어디까지나 공정해야 한다. 그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여론조사를 제재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정치컨설팅을 하는 여론조사기관이 컨설팅을 의뢰한 자와 관련이 있는 여론조사를 금지하는 법 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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