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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영국의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1975년생이라 47세이고, 그녀가 불명예 퇴진한 이후 최근 취임한 리시 수낵 총리가 1980년생이라 42세라며 그들의 젊은 나이를 두고 부러워하는 투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 신임 총리 조르자 멜로니도 1977년생이라 45세로 역시 40대 집권자를 배출했다며 남다른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1942년생이라 79세이고,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1946년생이라 76세다. 미 연방하원의 지도자인 낸시 펠로시는 1940년생이라 82세다. 그리고 최근 미 대선 정국을 이끌었던 버니 샌더스가 1941년생으로 81세, 힐러리 클린턴이 1947년생으로 75세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1958년생으로 64세다.
윤석열 대통령은 1960년생으로 61세니까 그 중간쯤 되는 셈이다. 지금 21대 국회가 운영 중인데 지난 2020년 총선 때 이들 당선자들의 평균 나이는 54.9세였다. 그 직전 2016년 20대 때는 55.5세였으니 한창 일할 나이인 것은 맞다.
다만 20대 3명을 비롯해 2030세대 국회의원이 13명 밖에 안돼 유달리 청년 정책에 관심이 높은 청년층을 대변할 젊은 정치인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50대 이상이 20대 국회에 이어 이번에도 83%를 차지한 반면에, 40대 미만은 17% 밖에 되지 않아 전 세계 조사대상국 136개국 가운데 126위일 정도로 젊은 정치인이 숫적으로도 부족한 현실이다. 다만 40대 미만이 40% 이상인 나라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4개국에 지나지 않고, 전체 평균이 21% 정도라 그다지 큰 차이는 아니다.
그러나 필자의 정치 현장 경험은 다르다. 외국에 나가서 그 나라의 현직 의원들을 만나 보면 다선 경력이 일반적이고 60대 이상 고령자들이 정말 많았다.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풍부한 정치 활동을 듣다 보면 놀랍기까지 했다. 반면에 한국 정치인들은 어려 보여 기에서부터 일단 숙이고들어가 버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실제로 한국 의원들은 50대와 60대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막상 70대 이상은 70대 초반의 3명 밖에 없을 정도로 그 수가 적다.
게다가 정작 중요한 차이는 따로 있다. 트러스, 수낵, 멜로니를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의 정치인들은 대체로 중고학생 때, 늦어도 대학 시절에 정당에 가입해 활동하다 보니 실제로는 정치 경력이 상당하다. 40대에 접어들 때만 해도 20년 이상의 정치 활동을 펼쳐온 데다 그만큼 일찍 의원에 도전해 의회로 진출하다 보니 풍부한 정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치는 전혀 그렇지 않다. 20대 또는 30대 시절에 정치 활동을 하고 싶어도 할 공간조차 없다. 막상 활동을 한다 해도 그 다음 진로를 잡을 수 있는 경로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잦은 공백기와 수단적 보조 활동에 머물러야 할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막상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정부에서 장·차관으로 일하고 난 후를 비롯해 다른 사회 분야에서 10,20년, 더러는 수십년 이상 활동하고 나서 문을 두드리다 보니 50대 중반이 넘어서야 접근할 수 있는 현실에 처해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 현실은 정치 선진국들과 비교해 자연 나이는 몰라도 정치 나이는 턱도 없이 짧은 것이다.
한국이 선진국의 일원이자 국제사회의 질서를 움직이는 강국의 반열에 올라선 현실에서 정치인들이 더 풍부한 국내외 활동 경험을 가지고 국정운영에 나서도록 우리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
먼저 중고학생 시절에 정당 가입을 허용해야 하고, 대학생 때는 대학마다 정당 지부가 설치돼 있어 정치를 희망하는 청년들이 가입해서 활동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후에도 정당 내부에 이들이 활동할 직책과 역할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30대만 되어도 정치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본인의 정치 노선과 정책 방향에 대해 어느 정도 확고한 입장을 정립한 채 의회 진출을 노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국회로 가기 전에 기초·광역 의원, 국회의원 보좌관, 당료, 국회 사무처 등은 물론이고 각종 선거캠프에서 일하며 정치경력을 쌓아 가도록 정치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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