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제청권 짓밟은 李, 탄핵 사유 아닌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6-24 13: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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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에 대한 임명제청권이 있다.


현행 헌법 87조에 명시된 임명제청권은 국무총리가 국무위원으로 마땅한 사람을 추천하여 대통령에게 임명해 달라고 요청하는 권한으로 대통령이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기능을 하며, 동시에 행정 각부의 통할권을 가진 총리가 자신과 함께 일할 국무위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장치이다.


대통령은 이런 헌법규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헌법 제66조 제2항 및 제69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의무'는 헌법상 법치국가원리가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구체화 된 헌법적 표현이다.


역대 모든 정권이 실제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하더라도 형식적이나마 국무총리가 제청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그래서다.


그런데 이재명 정권은 헌법에 명시된 형식상의 민주주의 절차조차도 외면하고 제멋대로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11개 부처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등 인선을 단행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에 민간인 출신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하고 통일부 장관에는 정동영 민주당 의원, 외교부 장관에는 조현 전 외교부 1차관을 각각 발탁했다.


과기정통부 장관은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 환경부 장관은 김성환 민주당 의원, 해수부 장관은 전재수 의원을 지명했다. 여가부 장관은 강선우 의원, 고용부 장관은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중기부 장관은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를, 보훈부 장관은 권오을 전 의원을 각각 후보자로 발탁했다. 농식품부 장관에는 송미령 장관이 그대로 유임하도록 하고, 국무조정실장에는 윤창렬 전 국무1차장을 임명했다.


그런데 지금 국무총리 후보자만 있을 뿐, 국무총리는 없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는 24일과 25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받아야 하고, 인사청문 결과를 바탕으로 국회는 본회의에서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표결한다. 재적 의원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국회가 동의하면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공식적으로 임명한다.


물론 집권당이 국회의 압도적 다수 의석을 점유하고 있어서 야당이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재산 증식 의혹 등을 문제 삼아 반대하더라도 본회에서 표결하면 그냥 통과될 것이고, 대통령은 무조건 김민석 후보자를 총리로 임명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김민석 후보자가 총리로 임명된 것은 아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국무총리의 임명제청권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국무위원들을 선출한 셈이다. 한마디로 헌법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 69조에 대통령은 취임할 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선서를 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의 선서는 단순 선서가 아니다. 국민 앞에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책임을 지는 행위이다. 이를 어길 시, 즉 대통령이 헌법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다.


만일 김민석 총리가 총리로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명제청권을 행사했다면 그것 역시 월권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헌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의 통치구조와 국민의 권리 의무를 규율한 최상위 법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어떤 법도 이 헌법을 거스를 수 없고,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이 헌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급한 사정이 발생했더라도 이 대통령은 김민석 총리를 임명하고 난 후에 총리의 추천을 받은 후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지명했어야 했다. 설사 그 과정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더라도 헌법을 따르는 게 맞다.


특히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 대한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하지 않으면 다른 공직자의 준법의식에 악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민 전반의 준법정신을 저해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국무총리 임명제청권을 무시한 이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그런 점에서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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