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업 법제화, 국가자격과 등록으로 국민 신뢰 세워야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10-28 14: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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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교수



탐정업 법제화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이어진 논의는 주무기관의 관할 문제, 인접 직역과의 업무경계, 개인정보 보호 등에 부딪혀 독립적인 법률 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탐정업을 허용할 것인지의 논쟁을 넘어, 이미 존재하는 민간 사실조사 수요를 어떤 기준과 책임 아래 관리할 것인지에 답해야 할 때다.

국민이 실종된 가족의 행적을 찾거나 사기 피해의 자료를 정리하고, 재산분쟁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할 때 언제나 국가기관의 강제수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일반 시민에게 정보의 진위를 가리고 적법한 조사방법까지 판단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필요한 것은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민간조사서비스와 그 서비스를 제공할 사람의 전문성 및 책임을 확인할 제도적 장치다.

◆ 복덕방에서 공인중개사로, 탐정업에도 검증과 책임의 기준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 주변에서는 부동산중개업소를 흔히 '복덕방'이라고 불렀다. 오늘날 공인중개사 제도는 국가가 중개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검증하고, 실제 영업은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통해 관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공인중개사법」이 개인의 자격과 사업자의 등록을 구분하는 이유다. 자격은 직무능력의 검증이고, 등록은 영업의 책임주체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장치다. 두 제도는 서로 보완하는 관계다.

물론 국가자격만으로 모든 피해를 막을 수는 없다. 공인중개사 제도가 있어도 전세사기 같은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계기로 확인·설명의무와 관리·감독을 보완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중요한 것은 '공인'이라는 명칭 자체가 아니라 국가가 정한 전문성 기준과 영업규율, 손해배상책임이 실제로 작동하는가이다.

탐정업에도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탐정'이라는 명칭에는 여전히 흥신소나 불법 심부름센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겹쳐 있다. 일부 불법업자의 개인정보 불법취득, 불법 위치추적, 사생활 침해는 법을 지키며 활동하는 종사자들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뜨린다. 명칭만 달리한다고 이러한 인식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국민이 국가자격을 갖춘 조사자와 적법하게 등록된 영업자를 확인할 수 있고,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과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더욱이 민간조사의 영향은 의뢰인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조사대상자와 제3자의 사생활, 개인정보,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탐정은 의뢰인의 요구를 그대로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적법한 조사범위와 방법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어야 한다. 국가자격을 통해 기본 역량을 검증하고, 영업등록을 통해 계약·정보보호·손해배상책임과 감독체계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국가자격을 취득하고 등록한 공인탐정에게 공권력을 부여하자는 것은 아니다. 체포·압수·수색이나 강제적인 자료제출 요구는 국가기관의 영역이다. 공인탐정은 공개정보, 적법하게 제공받은 자료, 관계인의 자발적인 협조를 바탕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비강제적 조사서비스를 담당해야 한다. 이러한 업무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 역시 국민의 권익을 지키는 출발점이다.

◆ 기존 종사자의 경험을 존중하는 포용적 국가자격체계

국가자격제를 검토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기존 종사자의 생업과 전문성이다. 오랫동안 적법하게 조사업무를 수행해 온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제도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활동 경력만으로 별도의 검증 없이 국가자격을 일괄 부여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기존 시장의 경험을 존중하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통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자격제는 반드시 선발정원을 정해 소수에게만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가 아니다. 법률에서 정한 합리적인 기준을 충족하면 자격을 취득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시험 역시 암기 위주의 필기평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조사방법의 적법성, 개인정보 보호, 면담과 사실확인, 자료의 신뢰도 평가, 조사보고서 작성 등 실제 업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

진입경로도 하나로 고정할 이유가 없다. 관련 학문을 체계적으로 이수한 사람과 수사·정보 등 관련 직무에서 전문성을 쌓은 사람, 적법하게 민간조사업을 수행해 온 사람은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직무와 관련성이 인정되는 학위와 경력에는 합리적인 시험 일부면제나 교육·평가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어떤 경로로 진입하든 공통된 직무능력과 윤리기준은 유지되어야 한다.

기존 종사자에게는 전환기간도 필요하다. 일정한 영업경력을 확인하고 전환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며, 한시적인 시험 일부면제나 적법한 영업의 계속을 허용하는 경과조치를 둘 수 있다. 이는 제도의 공신력을 지키면서 산업 현장의 충격을 줄이는 방법이다. 자격의 문턱을 무조건 높이거나 낮추는 것보다 기존 인력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제도권에 편입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 같은 방향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9월 30일 입법추진 간담회와 10월 8일 입법전략회의를 거쳐, 10월 21일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간담회에서는 국가자격·영업등록·업무범위·이용자 보호·기존 종사자 전환 등을 담은 35개 조문 검토안을 놓고 탐정단체와 학계, 현장 전문가들이 보완방향을 논의했다. 아직 이 검토안에 대한 업계의 최종 합의나 국회의원 발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국민 보호와 산업의 안정적인 전환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국가자격과 영업등록의 결합, 국민이 신뢰할 공인탐정제도로

각국의 탐정업 관리제도는 법체계와 산업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전해 왔다. 일본은 2006년 관련 법률을 제정해 2007년부터 신고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결격사유와 계약의무, 경찰의 감독 등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주별로 제도가 다르지만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에서는 일정한 조사경력과 시험을 요구하는 면허제를 운영한다. 프랑스 역시 민간조사자의 직업능력을 확인하고 영업허가와 직업상 손해배상책임보험을 요구하는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진입절차가 간편한 신고제부터 전문자격과 면허·허가를 요구하는 제도까지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어느 한 국가의 제도를 보편적인 정답으로 볼 수는 없다. 각국의 제도는 자국의 법적·사회적 환경과 규제 필요성을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국내 민간조사 시장의 특성과 국민 보호의 필요성을 고려해 적합한 관리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국가자격과 영업등록의 결합은 이러한 관점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다. 국가자격이 모든 위법행위를 막는 것은 아니며, 신고제에서도 교육과 역량평가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영업자의 신원과 결격사유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조사자의 실제 직무능력이 검증되지는 않는다. 특히 사생활 침해처럼 사후 제재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고려하면, 법률지식과 사실확인 능력, 윤리적 판단역량을 사전에 검증할 필요가 있다. 국가자격으로 개인의 전문성을 검증하고, 영업등록으로 사업의 책임을 관리하는 방식이 우리 실정에 적합하다고 보는 이유다.

이러한 제도는 엄격한 선발정원이나 재량적 허가제로 설계할 필요가 없다. 합리적인 자격기준을 충족한 사람에게 취득 기회를 열고, 영업은 객관적인 등록요건에 따라 관리할 수 있다.

등록절차는 간소화하되 영업자의 의무는 분명히 해야 한다. 의뢰인의 정당한 이해관계를 확인하고, 범죄나 중대한 권리침해에 이용될 상당한 우려가 있는 의뢰는 거절하도록 해야 한다. 서면계약, 개인정보 보호, 업무기록 관리와 책임보험을 의무화하고, 위법행위에는 자격정지·취소, 영업상 제재와 손해배상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주무기관의 역할과 관리체계도 정리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자격·교육·감독 기준과 지역의 영업등록·현장관리를 연결하고, 경찰·법조계 등 관계 분야와 업무경계를 명확히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27년간 이어진 입법 논쟁은 어느 기관의 권한을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어떤 책임 있는 조사서비스를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때 진전을 이룰 수 있다.

민간조사서비스가 필요한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탐정의 숫자나 자격증의 명칭만이 아니다. 도움이 절실한 순간 적법하고 전문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사대상자와 제3자의 권리까지 존중되는지가 중요하다.

탐정업의 미래는 누구나 탐정이라는 이름으로 영업할 수 있는 사회에만 있지 않다. 국민 누구나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조사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기존 종사자의 경험을 존중하면서 전문성과 책임의 기준을 세우는 것,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 그것이 공인탐정제도 법제화가 지향해야 할 길이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학과장 ▲경찰학박사, 美경영학박사 ▲경찰청 총경 퇴임 ▲前대통령실 행정관 ▲K-탐정연구소장 및 K-탐정단장 ▲공인탐정법 등 민간조사업 관련 논문·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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