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전세·월세 ‘트리플 강세’의 역설, 규제 일변도 정책의 한계 넘어서야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9-30 14:49:27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서울 아파트 가격이 최근까지 85주 연속 오르며 역대 최장 기록과 동률을 이룬 가운데,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9월 24일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 2026년 9월 3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른 올해 9월 셋째 주(9월 21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가 0.09% 상승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3% 상승하며 견조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도 0.10% 상승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도 전주 대비 0.19% 상승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국정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형국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현재의 상승장이 지역별로 극명한 온도 차이를 보이는 ‘디커플링(Decoupling │ 탈동조화)’ 현상을 뚜렷하게 동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제 개편안과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고가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은 수억 원씩 하락한 급매물이 거래되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9월 3주 차 매매가격 지수 변동률을 살펴보면 강남구는 -0.42%, 서초구는 -0.37%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의 경우 6월 대비 약 5억 5,000만 원 낮아진 49억 원에 실거래가 이루어졌고,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역시 2주 만에 2억 1,000만 원이 하락하는 등 호가마저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반면 강북 14개 구는 0.28%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강남권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마포, 용산, 성동구 등 이른바 한강 벨트를 비롯해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대문구, 동대문구, 성북구, 노원구 등 외곽 지역은 정주 여건이 양호한 대단지와 역세권을 중심으로 오히려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며 서울 전체의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이처럼 강남권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서울 중저가 외곽지역이 강하게 상승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심각한 '전세난'에 있다. 신규 입주 물량이 급감한 가운데 전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주거비 부담에 지친 세입자들이 매매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9월 3주 차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0.19% 상승하며 전주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강북 14개 구의 전세가격 상승률은 0.28%에 달해 전세 불안이 극심함을 방증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약 6억 3,663만 원으로 2년 전 대비 약 8,268만 원 이상 급등하며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부동산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9%가 연말까지 전셋값 상승을 점쳤으며, 10명 중 8명은 적어도 내년 하반기 또는 그 이후까지 전셋값 상승 흐름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끝 모를 전세가 상승의 이면에는 시장의 자율성을 간과한 규제 위주의 주택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의 가장 큰 이유로 ‘실거주 강화 정책에 따른 임대 물건 감소(81.2%)’와 ‘입주 물량 감소(65.7%)’를 지목했다. 집값을 잡기 위해 도입한 실거주 의무 강화와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등이 단기적인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 활용되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시장에 정상적으로 유통되어야 할 전월세 임대 매물마저 말라붙게 하는 역설적인 부작용을 낳았다. 실제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이후에도 서울 집값과 전셋값은 오히려 규제 이전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하며 제도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단기적인 거래 억제 수단인 토지거래허가제를 무작정 유지하자니 전월세 매물 부족 심화로 서민의 주거가 위협받고, 섣불리 풀자니 억눌렸던 투자 수요가 몰려 집값이 급등할 것을 우려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더불어, 끝없이 오르는 자산 가치 상승은 중산층에게 예기치 못한 세금 폭탄까지 안겨주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6억 원을 넘어섰지만, 상속세 일괄공제 한도는 1997년 이후 30년 가까이 10억 원에 머물러 있어 서울 거주 피상속인의 상당수가 상속세 부과 대상이 되는 ‘스텔스 증세(Stealth tax)’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중산층의 경제적 기반마저 위협하는 광범위한 경제 문제로 전이되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수요 억제만으로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대출 억제와 세금 강화 등 겹겹의 규제에 의존하다 정작 가장 중요한 공급 확대의 시기를 놓쳐 매매, 전세, 월세 가격이 모두 오르는 ‘트리플(Triple) 강세’ 현상을 초래했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단기적 수요 관리 중심에서 벗어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우선 과제로 꼽은 ‘민간 임대 공급 활성화(68%)’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 및 실거주 의무 완화(51%)’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기존 주택의 임대차 물량이 시장에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낡은 규제를 정상화하고, 재개발 및 재건축 규제를 합리화하여 시장 참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하고 속도감 있는 신규 공급 신호를 보내야 한다. 수요 억제와 규제 일변도의 단기 처방을 넘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공급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만이 전셋값 상승이 집값 급등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유일한 해법(解法)이자 정공법(正攻法)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