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던 '연초 개각설'에 선을 긋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띄우는 양상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4일 '핼로윈 사고'와 관련한 이상민 장관 거취에 대해 "스스로 물러나면 좋지만 그게 안 되면 탄핵이라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새해 첫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당분간 개각은 없다"고 못을 박으며 "괜한 소문에 흔들리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신년 개각 및 참모진 개편설에 대해 "국면 전환이나 어떤 정치적인 이유로 하는 인사는 아닌 것 같다"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찰 수사와 국정조사가 끝나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게 안 되면 다음 단계는 국민의 뜻에 따라 탄핵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갈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마치고 나서 이 장관 책임을 묻기 위한 저희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그것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탄핵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갈 것"이라며 "국민도 여론조사를 하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의 공식적 사과가 없었던 것과 이 장관이 책임지지 않고 여전히 버티는 것에 대해 강력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잠정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특수본은 재난에 대한 국가기관의 대비·대응 의무 등을 규정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인 행안부와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에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구체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동 일대를 관할하는 기초자치단체인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 용산소방서가 재난 대비와 대응과 관련된 구체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인식이다.
이에 따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관련 기관장 및 간부급 책임자들을 끝으로 수사가 일단락 될 전망이다.
특수본이 이런 결론을 낸 데에는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행안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 등 3단계로 설정한 재난안전법 관련 규정 때문이다.
재난안전법은 행안부 등 중앙행정기관이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이어 광역자치단체가 관할 지역에 특화된 '시·도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마찬가지로 기초자치단체가 최종 '시·군·구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입안하도록 한다.
특수본은 이 규정에 따라 행안부와 서울시에는 이태원동에 한정된 재난안전관리 기본 계획을 세울 구체적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또한 두 기관에 재난 대응책임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난안전법은 재난 발생 시 재난대책본부를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에 각각 두도록 규정한다. 아울러 그 시행령은 구체적인 재난대책본부의 구성과 운영을 광역자치단체 조례로 정하도록 한다.
문제는 서울시 조례가 서울시 재난대책본부장이 용산구 재난대책본부를 지휘·지원하도록만 규정할 뿐 의무와 책임은 명문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수본은 이러한 재난안전법과 서울시 조례를 해석한 결과 재난 대응책임 역시 용산구 재난대책본부에 있다고 잠정 결론 냈다.
재난안전법상 재난에 대한 응급조치 책임이 광역자치단체보다는 기초자치단체에 구체적으로 부여된 점도 행안부와 서울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난안전법은 광역자치단체가 재난에 대한 응급조치 책임을 지는 경우를 '인명 또는 재산의 피해가 매우 크고 광범위한 경우'와 '재난이 둘 이상의 기초자치단체에서 발생한 경우' 등으로 규정하는데 '핼로윈 사고'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수본의 판단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재난안전법의 전체적인 규정과 취지를 봤을 때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재난 대비·대응 의무를 지는 것은 기초자치단체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 책임을 묻기 힘든 만큼 그 상급 기관인 행안부에도 책임을 지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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