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남녀 갈라치기’실패...당 안팎 책임론 거세

여영준 기자 / yyj@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3-13 15: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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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이준석식 정치 퇴출해야 한다는 합의 이뤄진 것”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상대로 0.73%p 차(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최소 격차)로 '진땀승'을 거두면서 당 안팎에서 '이준석 책임론'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남녀 갈라치기', '세대포위론' 전략 등으로 가뿐하게 승리할 수도 있는 선거를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전략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 세대를 포용해야 할 정치인이 오히려 선거를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대선에서 그래도 한가지 건진 게 있다면, 비열한 이준석식 정치를 퇴출해야 한다는 데에 진영의 차이를 넘어 보편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국민의힘 내에서 적절한 후속조치가 있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진 전 교수는 또 이준석 대표가 미국 뉴욕 허드슨강 여객기 불시착 사고를 언급하며 신승 책임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에 대해 "어느 조종사가 하중 줄이려고 비행 중에 여성 승객을 기체 밖으로 내쫓나"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여성가족부 폐지부터 시작한 이대남 전술이 (20대 여성의) 반발을 불러온 거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20대) 여성들 입장에서는 '또 국민의힘이 우리를 배제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실 수가 있었던 건데 그걸 저희가 놓쳤다"며 "(20대 여성분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그 분노의 표가 이재명 후보에게 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내세워온 '세대 포위론'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사실 적절한 전술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세대포위론은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3월 9일 방송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윤 당선인의 20대 예상 득표율은 45.5%였는데 이재명 민주당 후보(47.8%)에게 오히려 뒤지는 걸로 나왔다. 당초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를 바탕으로 20대에서 이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얻겠다는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다. 30대의 경우 윤 당선인의 예상 득표율은 48.1%로 이 후보보다 2.2%p 앞섰다.


이전에 시행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이대남의 지지를 바탕으로 세대 지지율에서 압도했지만 본 선거에서는 전혀 딴판인 결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세대포위론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특히 선거 막판 20~30대 여성이 이 후보 쪽으로 급격하게 몰린 것은 그에 따른 역효과로 풀이된다.


이대녀(20대 여성)의 이재명 지지가 이대남의 윤석열 지지를 상쇄했다.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으로부터 윤 후보가 얻은 표심은 58.7%로 36.3%에 그친 이 후보에 앞섰다. 그러나 20대 여성은 윤 후보(33.8%)보다 이 후보(58.0%)에 표심을 몰아준 것이다.


선거 막판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가 10%정도 이상 이길 것이다”라고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히고 다녔는데 그 예상도 완전히 틀렸다.


이 대표는 줄곧 “대선에서는 대전략이 필요하며 세대포위론 전략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2030 지지율이 높은 것이 아니라 꼭 투표장에 갈 만한 동인까지 만들어야 한다.” “2030이 젠더와 공정 이슈로 민주당과 이 후보를 싫어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주장했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윤 당선인과 번번이 충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윤 당선인이 (여성 등의) 반감을 달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 통합을 위해 공약해온 것들을 물릴 경우 지지층에서 역풍이 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창선 정치 평론가는 특정 성별보다 전체를 아우르는 국정 운영을 당부했다. 그는 “남성 지지층에만 집중해 국정을 운영하면 문재인 정부가 지지층 중심 정치로 실패했던 것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세대포위론’과 결별하고 포용적인 자세를 취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대표를 필두로 국민의힘은 계속해서 여성을 배제하고 혐오하는 모습을 선거 전략으로 삼아왔고, 선거 전날이던 여성의날에도 그런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줬다"며 "많은 여성분이 이에 분노하셔서 투표로 심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혐오 정치 전략, 세대포위론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이 대표는 책임을 느끼고 정치권에서 좀 떠나야 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실패한 전략에 대해 책임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왜 라구아디아로 바로 회항해서 착륙시도하지 않았습니까', '시도했으면 됐을 겁니다', '시뮬레이터로 테스트했습니다' 등 영화 허드슨강의 대사를 인용하며 "보통 조종석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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