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르는 일인데요?”
“다른 부서로 알아보시죠”
2001년의 해가 기울어가던 12월 29일 J구청 한 직원과 나눈 대화는 시민들이 자주 염증을 느끼고 있는 일부 공무원들의 나태한 일면을 다시 한번 보여줘 한숨을 자아냈다.
새해에 장애인직업재활센터를 짓는다는 이 구청의 시책이 뜻깊어 보강취재를 위해 통화를 시도한 기자는 구청 직원의 응대에 크게 실망해야 했다. 담당부서로 추정되는 곳에 전화를 걸어 취재협조를 구했으나 자기 일이 아니라며 다른 부서를 알려주는가 하면 아예 노골적으로 모른다는 대답까지 들었다. 결국 기자는 담당자도 찾지 못하고 J구청의 시책을 구민과 서울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려던 취재의욕도 잃고 말았다.
일반 기업들이 종무식을 끝내고 연휴를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고, 새해를 앞두고 있는데다 마침 토요일이어서 통상적으로 근무 분위기가 다소 풀어질 수도 있다고 이해하지만 정도가 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전화기를 통해 전해지는 짜증섞인 어조를 그럭저럭 참고 정중하게 ‘담당자를 알려 달라”고요청했으나 계속대는 냉대 때문에 기자의 목소리는 시나브로 격앙됐다. 결정적으로 수화기를 ‘땅’ 소리 나게 내려놓은 것은 통화를 하고 있던 구청 직원 옆자리의 동료 목소리가 기분을 상하게 했던 것.
“거 되게 귀찮게 구네. 그냥 모른다고 그래…”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여느 때보다 시민들의 어깨가 움츠러든 2001년. 시민들은 언제나 ‘우리구 공무원’들이 친근한 이웃이 되길 갈망한다.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공무원들의 친절 한 말 한마디가 시민들에게 작으나마 힘이 된다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을 터인데…. J구청은 이들 일부 직원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고 몸으로 실천하지 않는 ‘서비스정신’만 내세웠다는 나쁜 이미지를 심어준 셈이다.
/김문호기자 mhkim@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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