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는 대조적으로 서울의 강북지역 및 인근지역 자치구들의 화장률은 지난 99년 이미 40%를 넘어섰고 2000년에는 46%를 기록했고, 또 지난해 화장건수를 보면 50%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화장이라는 장례의식이 악상(惡喪)일 경우나 경제적인 이유로 묘지를 만들기 어려운 사람들이 주로 해온 장묘방식이라는 인식이 최근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납골당이니 납골묘지니 하는 납골시설이 등장하면서 화장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화장’을 하고 ‘산골’을 하는 대신 마치 공원처럼 만들어진 곳에 먼저가신 분을 모셔놓고 가족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좋다는 인식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장묘문화 개선에 대한 의식이 약하다는 중산층 이상의 화장 선택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한 국내 묘지문제의 심각성과 자연훼손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98년부터 보건복지부공무원들이 앞장서 화장유언남기기운동을 시작했고 이어 각 자치구별로 화장유언서약남기기 운동이 본격화돼 현재 사후 화장을 하겠다는 서울시민이 1만3000명(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자료)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안으로 서울시의 각 자치구별 납골시설건립 방침이 세워지면 화장률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일부 ‘부자’들의 장묘형태는 묘지를 납골시설로 옮겨왔을 뿐 호화장묘문화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들이 조성하고 있는 호화납골묘지나 문중납골묘지는 비록 묘지보다는 공간을 적게 차지하지만 역시 묘지문제해결 및 자연환경보존이라는 화장의 기본취지에는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건전한 장묘문화는 누구 혼자 실시한다고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지도층일수록 솔선수범하고 호화납골묘지를 만드는 개인주의를 벗어나 화장의 기본취지를 모두가 인식하고 함께 노력할 때만이 건전한 장묘문화는 실현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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