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기자들의 수첩과 노트북에는 빼곡하게 정치인들의 말이 적혀 있고 이 것이 취재의 전부라해도 그리 틀리지 않다. 정치인들의 말은 그만큼 중요하다. 각당이 대변인실을 두고 매일 각종 논평과 성명을 내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러나 요즘 정치권의 ‘말’을 보면 과연 이들의 말을 보도 해야하느냐는 의구심이 든다. 소위 ‘계곡주’ 운운부터 시작된 근거가 없는 논평으로부터 여야의 실세들에 대한 ‘돈’공방에 이르기까지다.
한나라당이 지난 1월 방미중 ‘거나한’ 술판을 벌였다는 미 확인 정보를 가지고 여당의 대변인이 논평까지 내자 정치권은 뜻하지 않은 ‘술판’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당 대변인의 ‘간접사과’로 막을 내리긴 했으나 입맛이 써지는 대목이다.
직접적으로 거명된 한나라당 의원은 “선거때가 다가 온 것을 느낀다. 젊은 정치인을 음해해 당에 피해를 주려는 음모”라고 반응했다. 그나마 ‘술판’을 둘러싼 공방은 정치권에서는 서로 낯뜨거운 일이고 사실이 아니었기에 그 정도 선에서 마무리 됐지만 ‘돈 공방’은 그 여진이 그치지 않고 있다.
신문사 팩시밀리를 통해 들어오는 각당 보도 자료의 절반이상이 ‘의혹을 밝혀라’이다. 7일 본사에 들어온 각종 논평에도 ‘역시 특권층 이 총재집은 집세가 연간 2억원’ ‘대통령 집사가 쥐락펴락하는 나라’ ‘권노갑씨 맹세 믿을 수 있나’ ‘동교동 가신 석고대죄’등으로 ‘카더라’ 통신의 연장선이다. 대변인실의 논평은 물론이고 각당 주요 당직자들 조차 이런 공방에 가세중이다.
여당 실세에 대한 무차별적인 논평과 이에 대응한 야당 총재 재산에 대한 ‘폭로’수준의 논평은 지면에 모두 반영하기가 겁난다. ‘너는 얼마나 깨끗하냐’는 식의 막말 수준의 ‘워딩’들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증폭하는 지표다. 특히 양대 선거가 다가오면서 ‘막가파’식의 네가티브 전략은 얼마나 더 이런 ‘언어 공해’를 견뎌야 하는지 힘들게 한다.
지난 6일 야당의 신임 여성 부대변인이 여당의 여성 부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험구를 자제하고 정정당당하게 당의 입장을 전달’ 하자고 한데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며 정치권의 ‘말’ 순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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