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명암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3-21 18: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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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김종원 {ILINK:1} 올해 지방선거,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가 유행이다. 각 언론사에서 자체적으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진행하는 후보자간 지지율 여론조사는 물론이고 각 후보자 진영에서 의뢰하는 여론조사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여론조사 관계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올 한해 동안 이루어질 여론조사가 적어도 수천건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선거철이 되면 여론조사 기관이 우후죽순식으로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론조사가 과학적인 여론 수렴 도구로 활용되면서 정치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각 언론사에서 대선관련 여론조사를 발표하면서 각 대선 후보 진영은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는 홍보자료, 보도자료 명목으로 적극 홍보하지만 지지율이 낮거나 불리하게 나타날 경우에는 ‘모르는 일’로 치거나 여론조사 자체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만큼 여론조사가 선거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대세론’이 상당한 영향을 주는 이유는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그 사람을 찍으면 적어도 내 표가 쓸모 없지는 않겠구나’하는 ‘死票 방지’ 심리와 큰 연관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여론조사 역시 이런 효과가 크다. 어떤 후보가 유리하다는 ‘공감’이 형성돼 있다면 浮動票는 그리로 향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과학적 여론조사가 갖는 강점은 바로 이런 여론 형성 기능도 포함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가 오히려 여론을 호도하는 역기능을 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여론조사를 빙자한 사실상의 ‘선거운동’도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 “후보자들이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보고자 한다”는 여론조사 관계자의 말은 빈말이 아닌 듯하다. 또한 여론조사를 핑계로 각 후보진영에 접근하는 ‘여론조사 꾼’들도 산재해 있다. 이런 여론조사는 오히려 여론을 糊塗하고 선거를 혼탁하게 만든다. 일각에서는 이런 점 때문에 여론조사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정당한 선택을 막는 조사야말로 무용론을 넘어서서 有害할 것이다.

과학적으로 돼야할 조사가 특정후보의 방패막이가 돼서 민심의 향배를 어지럽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 방패막이 조사가 아닌 ‘민심’을 반영한 여론조사가 필요한 시점이고 이를 위해서는 여론조사 기관의 기법도 더욱 발전해야 하리라 본다. 올해 각종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은 ‘만드는’ 여론조사가 아닌 ‘과학적’ 여론조사로 자신의 당락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慧眼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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