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가 고마운(?) 여의도 벚꽃나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4-11 18: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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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부 기자 최애선 {ILINK:1} 지난 8일 비와 황사(黃砂)로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끝난 여의도로 벚꽃축제는 해마다 연인원 400만명이 찾는 흔치않는 축제다.

특히 한강고수부지를 옆에 끼고 있어 도시락을 싸들고 오는 가족 또는 친구,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올해 벚꽃축제의 절정기를 이뤘던 지난 5일 벚꽃관람을 위해 이 곳 여의도로에 나갔던 기자는 벚꽃의 화려함은 커녕 도저히 눈뜨고는 못 볼 광경들만을 마음에 새긴 채 돌아와야 했다.

예년보다 날씨가 더 좋았던 탓에 사상유래 없는 상춘객들이 몰린 이날은 그야말로 ‘벚꽃 수난의 날’이었다.

관할 구청인 영등포구의 노력으로 노점상이나 쓰레기 문제는 훨씬 나아진 듯 해 보였으나 이번에는 도로가 아닌 벚꽃나무들이 몸살을 앓고 있었던 것.

사진을 찍기 위해 나무에 오르는 사람들, 어린 아이를 나무에 올리는 부모들, 꽃잎 날리는 가운데 사진을 찍기 위해 나뭇가지를 흔드는 연인들… 정말 가관이었다. 아예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나뭇가지를 흔드는 부모를 지켜보며 ‘저런 행위가 아이들의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숨이 나왔다. 국회의사당 주위를 한 바퀴 돌다보니 결국 큰 가지가 부러진 나무까지 보였다.

곳곳에 경찰과 구청 관계자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지만 도대체 뭘 순찰하는지 그런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지만 무심히 지나가기만 했다.

당초 17일까지 열릴 계획이었던 벚꽃축제는 주말의 비로 꽃이 금새 지고 때아닌 황사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지자 교통통제 해제와 함께 사실상 지난 8일로 막을 내렸다.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해만 볼 벚꽃도 아닌데 사진 한 장 찍어보자고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시민의식이 참으로 아쉬워 아이러니컬(?)하게도 벚꽃의 수난시대를 단축시켜준 이번 황사가 그리 고마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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