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인 ‘쉬리’에도 여자 저격수가 등장한다. 냉정한 표정과 한번에 일을 끝내는 신속함으로 저격수들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표현된다.
정치권에서 민주당 설훈 의원이 최규선씨가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을 통해 이회창 전 총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주장을 펴고 나오자 다시 ‘저격수’ 론이 나오고 있다.
설 의원은 이 전 총재의 호화빌라 문제를 처음으로 들고 나온 장본인. 한나라당에서 조차 “상계동 지역 수십만표가 날라갔을 것”이라고 한탄할 정도의 위력을 보인 ‘빌라게이트’를 제기했기 때문에 그의 이번 주장도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관심을 끈다.
물론 민주당 설 의원만이 저격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DJ 저격수’라고 불린다.
그는 올 2월 국회에서 대통령 아들 문제를 포함한 ‘12인방’ 비리를 제기해 주목을 끌었다. 설 의원과 홍 의원은 여러 공통점이 있다. 우선 이들은 상대당 핵심을 향해 예리한 비수를 들이댄다.
설 의원은 전직 야당총재이며 현재 유력한 야당 대선 후보를 주로 상대한다. 홍 의원은 현직 대통령을 겨냥해 문제제기를 한다. 두 의원은 인터뷰를 통해 이런 폭로가 1회성이 아님을 강조한다.(본보 4월 1일 설 의원, 2월 21일 홍 의원 인터뷰 참조) 또 이들의 공통점은 제보에 의한 주장이라는 것.
설 의원은 20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제보자의 신원을 확보하고 있다”며 “확실한 테이프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홍 의원도 “항상 근거가 확실한 제보를 바탕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은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공통점은 이들이 ‘저격수’라는 표현을 싫어한다는 점이다. 설 의원은 이 용어가 ‘살벌하다’며 ‘이회창 비판자’로 써달라고 주문한다. 홍 의원 역시 ‘국정 감시자’로 써 주기를 바란다.
정치권 저격수론은 현실 정치를 반영한 것이기는 하지만 설 의원 말대로 ‘살벌한’표현이다. 살벌하지 않는 ‘상생의 정치’가 이루어질 날은 언제일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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