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월드컵’ 치르려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4-22 18: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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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팀 기자 황선아 {ILINK:1} 월드컵을 앞두고 깨끗하고 정돈된 거리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각 자치구마다 불법 간판 단속 및 간판 정비작업을 역점적으로 벌이고 있지만 최근 서울 도심의 ‘아름다운 간판’에 관해 취재하면서 목격한 ‘어지러운 간판 문화’가 여전히 기자의 뇌리를 떠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서울시와 산하 25개 자치구들은 나름대로 단속과 정비에 힘쓰고 있다지만 상인들의 상술(?)을 다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가운데 불법간판 정비권을 갖고 있는 각 자치구들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식적으로 불법간판 정비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월 발표한 자치구별 간판 정비 실적 비교 결과에 따르면 노원구, 중구, 강남구는 간판 1000개를 정비해 정비율 100%에 달한 반면 구로구와 종로구는 정비실적이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당수 자치구의 정비율이 50%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실제로 점포 주인들은 가게 밖에 간판을 늘어놓으면 수입 증가에도 그만큼 효과가 미친다고 한다. 소비자를 현혹한다기보다 소비심리를 잘 이용하는 상술이다. 하지만 가게들은 앞다퉈 불법간판을 내놓고 있어 정작 그들의 수입원이랄 수 있는 소비자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는 생각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취재한 홍대앞 아름다운 간판들을 보면 정리가 매우 정리가 잘 돼있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유흥가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수입이 줄어들 것을 감내하는 점포주들의 노력과 상인들의 원성을 무릅쓰고 간판 정비를 벌인 마포구의 노력이 거둔 결과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울시내 거리에는 아직도 불법 간판들이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불법간판에 대한 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겠다던 자치구들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만 가는 사이에 시민들은 계속 통행에 불편을 느끼고 간판공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제 크고 화려하다고 주목받는 광고물의 시대는 지나갔다.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개성시대로 돌입했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서울시내 또한 현대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화려하고 원색적인 불법광고물을 없애고 선진국 수준의 깨끗하고 단정한 거리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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