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문지면을 메우고 있는 6.13 지방선거 관련 ‘제목’들이다. 지방선거를 중앙정치 무대로 여기는 정치권의 ‘막말’ 공세와 무조건 당선되고 보자는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양상이 빚어낸 상황이다.
그러나 오히려 현장에서 본 선거전은 ‘열기 없는’ 선거전이다. 지난 주말부터 월드컵이 시작된데다가 지방선거전을 올해 대선전의 전초전으로 인식하고 있는 정치권이 무차별적인 ‘막말’ 정치를 선동해 유권자들의 지방선거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서울 시내 11곳에서 벌어진 구청장 후보 합동 연설회의 평균 참석인원은 1300여명이라고 서울시 선관위는 밝혔다. 이 정도 인원이면 그리 적은 숫자는 아니다.
그러나 참석인원중 대다수는 각 후보 진영과 관계 있는 청중들이었으며 그나마 지지 후보 연설이 끝나면 썰물처럼 유세장을 떠나 마지막 후보 연설때는 100-200명 가량의 인원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송파구 유세장에 참석했던 구민 김모씨는 “후보자들의 공약을 듣기 위해 왔는데 나처럼 온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월드컵이 시작된 것도 일정정도 선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연일 3-4게임이 벌어지고 있고 모두 텔레비전을 통해 중계되고 있는 축구는 선거보다 관심을 모으는 이벤트다.
양천구에 사는 김상건(40.목동)씨는 “휴일 오후에 열리는 유세전을 알고는 있었지만 축구경기가 계속 이어지는 바람에 텔레비전 앞에 있었다”고 말했다. 썰렁한 선거전을 몸으로 느끼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입후보자들이다.
축구 경기에서 12번째 선수를 ‘응원단’이라고 말 하듯이 선거전에서도 유권자들의 열기가 중요하다.
구청장 후보로 나선 한 후보는 “지역을 위해 봉사할 인물을 뽑는 선거 열기가 이렇게 썰렁한데 대해 정말 놀랐다”며 “투표율이 저조할 경우 당락을 떠나서 그 사람이 제대로 리더쉽을 발휘할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최근 만난 정치권 인사가 ‘선거는 민심의 반영이 아니고 전략의 반영’이라고 지적한 말이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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