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폐쇄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7-09 18: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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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ILINK:1} 중국 삼국시대 현덕 유비가 “바쁘게 돌아다닐 일이 없어 가만히 놀고 먹기 때문에 넓적다리에 살만 찐다”고 한탄했다.

어느 날 유비가 유표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에 가게 됐다. 술자리에서 일어난 유비는 문득 자신의 넓적다리에 살이 뒤룩뒤룩한 것을 발견하고는 ‘주루룩’ 눈물을 흘렸다. 유표가 의아해 하며 우는 까닭을 묻자 유비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언제나 말을 타고 달려 넓적다리에 살이 붙는 일이 없었는데, 요즘 말을 타는 일이 없어 넓적다리 안쪽에 다시 살이 붙고 있습니다. 세월은 하염없이 달려가 머지 않아 곧 늙고 병들 터인데 일을 이룬 것이 없어 슬퍼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비육지탄이다. 서울시 구로구청에서는 지금 기자실 폐쇄문제와 관련, 공무원들과 기자들간에 신경전이 한창이다.

사실 기자실 문제는 언론이 안고 있는 총체적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다. 언론사의 취재시스템, 관변중심 보도태도, 권력과 언론의 유착 등 언론계의 해묵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기자실 병폐를 해결할 방안이 없다.

각 기관에서는 기자들에게 취재 편의를 제공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로 웃기는 일이다. 명분이야 어떻든 기관에서 기자실을 운영하는 것은 실상 기자단을 활용해 자신들의 정책홍보에 나서자는 뻔한 속셈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관과 기자 사이에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이 관행은 단순한 편의를 넘어 ‘권언유착(勸言癒着)’의 통로가 되었고, 때로는 기자를 매수하거나 부패시키는 고리가 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일선 공무원들조차 외면하는 특정 지역신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 계도지로 활용하는 모습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누구 신문’이라는 지역신문에 얼마나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라. 또 소위 정부지라고 하는 모 신문에 얼마나 많은 예산이 빠져나가고 있는가. 이런 일들은 모두 기자실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들이다. 이 기자실 병폐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권언유착’의 부패고리를 끊어 낼 수 없다.

우리도 언론사로서 언론의 폐해를 스스로 지적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서지 않으면 안되겠기에 펜을 드는 것이다.

기자는 영어로 ‘Legman’이라고 한다. 즉 다리의 힘으로 먹고사는 직업인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다리의 힘을 쓰지 않고 한가하게 기자실에서 죽치고 앉아 있는 사람을 과연 기자라고 할 수 있는가. 아니다. 비육지탄의 기자는 더 이상 기자라고 말할 수 없다.

지금, 기자실 폐쇄는 이미 시대적 요청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미시를 비롯해, 경남 남해군, 경남 사천시, 전남 신안군, 경남 김해시, 경기도 하남시 등 많은 자치단체에서 기자실을 폐쇄하였으며 기자들 스스로가 기자실을 반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무원들이 기자단을 썩었다고 비난하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기자실 폐지 운동을 벌이는 공무원들을 적극지지하며, 아울러 계도지 독자인 공무원들로 하여금 구독하고자하는 신문을 선택할 수 있는 당연한 권한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 본란(本欄) 필자의 판단이다.

독자가 원하지도 않는 신문을 특정인이 일방적으로 예산을 집행, 강제 구독시키는 행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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