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것보다 낫지요”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7-15 18: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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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부 기자 김웅섭 {ILINK:1} 2002 한일 월드컵 기간 내내 ‘대∼한민국’을 외치는 국민들 뒤에서 묵묵히 ‘질서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이들이 다름 아닌 경찰관들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민국 수반인 대통령이 전국의 경찰관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하고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지난주 한 경찰서에 하달된 격려금은 무려(?) 70만원이나 된다. 이 경찰서의 총인원은 260여명으로 개인별로 나누어 보니 2,600원 정도. 그분은 요즘 자장면 값을 알고 계실까 하는 의구심이 저절로 든다.

이 경찰서는 월드컵 기간이 포함된 5월 7일부터 6월 30일까지 국민생활 침해사범 특별단속에서 경기도 내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월드컵 기간 내 아무런 잡음 없이 성공적으로 질서월드컵을 치렀다. 물론 여타 경찰서 역시 우리의 질서의식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큰 몫을 했다.

이 격려금을 개인별로 지급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여건 상 전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그 간에 있었던 화제에 대해 웃음꽃을 피울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일선파출소의 경우 인원에 비례해서 이 돈을 지급했고 이 돈으로 각 파출소 별로 회식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거액은 그렇지 않아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경찰관들에게 역으로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거리를 제공한 셈이 됐다.

물론 국민의 혈세 인만큼 현실에 맞춰 하달된 격려금이겠지만 삼겹살 한 점에 소주 한잔 정도의 격려금에 문제를 제기할 국민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 사실을 국민들이 안다면 남 몰래 정육점에 들릴 것이다.

일선 경찰관들은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며 감사를 표한다. 시원한 수박을 썰어 놓고 과자 몇 접시에 음료수로 건배를 제의하는 그들의 마음을 국민이 달래주지 않으면 누가 달래 줄까. 이로 인해 오히려 경찰관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민초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헤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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