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공무원들이 속으로만 삭혀온 평가기준의 주관성, 관리실태 부실, 길들이기 등의 불만들. 표출된 문제들은 그 뿌리를 캐고 들어가면 보다 명백히 눈에 들어 온다.
98년 IMF가 터지면서 공무원의 인력감축과 함께 동사무소 업무가 폐지됐다. 이에 따라 동사무소의 업무는 일부만 남겨두고 구에 흡수됐다. 이 때 해직된 공무원들은 거의 매일 지역 통반을 돌며, 구민들의 안녕을 돌보던 이들이었다. 구는 결국 손발이 잘려나간 것이다.
따라서 동의 업무까지 구에서 하다보니 구청직원들의 업무는 두배로 늘어난 상태가 됐다. 여기다 9급 공무원들은 들어오지 않고, 승진은 되지 않은 인력적체 현상까지 겹친 것이다.
5~6년 많게는 7년 이상 하위직에 머물러 온 직원들에게 또 다른 업무를 고안해 짐지우게 한 걸 보면, 그 근간에는 탁상행정적 발상이 있다. 평가를 해서 우수구에 돈을 지원하는 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어가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구는 돈을 손에 쥔 상태에서 부랴부랴 구체적인 사용계획을 세우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원금에서 몇 억씩 떼내 단체장실을 꾸미거나 구청을 수리하는 등 자금전용 사태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구청은 그 돈을 빼돌린 것도 아니고, 본 사업은 아니지만 공적사업을 위해 썼기 때문에 추후 보고시 떳떳하게(?) 설명한다. 그렇게 되면 시는 예산회계법이고 뭐고, 은근슬쩍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시 감사담당관은 이 사업에는 문제가 없으며, 따라서 감사를 한 적이 없고 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말한 걸 보면 이런 현실이 관행으로 정착된 건 아닌지 의심이 간다.
결국 이런 혈세낭비 현장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서울 시민이자 세금을 내는 국민의 입장에서 상황을 볼 때 이 제도는 폐지돼야 옳다. 그 돈을 차라리 균형개발 자금으로 전용해 각 구별로 개발이 절실한 지역에 투자토록 하는게 보다 현실적이라는 현장 공무원들의 말을 시 정책실무자들은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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