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휴식기를 끝내고 지난 5일 태릉선수촌에 입소한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간판 김인섭(31·삼성생명)이 다부진 마음으로 다시 매트와 씨름하기 시작했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뒤 은퇴하려다 못다핀 꽃을 올림픽에서 피워보라는 주위의 강력한 권유에 다시 운동화끈을 질끈 조여맨 김인섭.
오는 8월 열리는 아테네올림픽을 선수 생활의 종착점으로 잡은 김인섭은 아테네에서 금메달을 따 이른바 레슬링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후진 양성의 길로 접어들겠다는 목표다.
특히 대회 개막 직전인 7월 2세가 태어나기 때문에 금빛 메달에 대한 소망은 간절하다.
아시안게임 및 아시아선수권대회,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을 밟았던 김인섭이 올림픽 1위 시상대에 서면 레슬링스타 심권호(주택공사) 이어 주요 4개 국제대회를 모조리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이루게 된다.
지난 95년부터 태극마크와 인연을 맺어온 김인섭은 한국레슬링의 스타 계보를 이은 인물임에 틀림없지만 금메달은 떼논 당상이라고 여겼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뜻밖의 부상 변수로 은메달에 머물렀던 비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99년 세계선수권 58kg급을 제패,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가 시드니올림픽 예선에서 손가락과 왼쪽 늑골 인대를 잇따라 다치는 불운을 겪었던 것.
부상 투혼을 발휘, 결승까지 올랐으나 아르멘 나자랸(불가리아)에 금메달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4년만에 재도전의 기회를 잡았지만 금메달을 향한 길이 순탄하지 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신체조건은 58kg급이 안성맞춤이나 시드니올림픽 뒤 체급을 인상한 데 이어 국제레슬링연맹이 체급을 완전 변경, 66kg급에서 출전하기 때문이다.
부산아시안게임 때 현 체급에서 우승했지만 근력이 딸리는 데다 그 동안 워낙유명세를 타다 보니 옆굴리기 등 장기가 노출된 것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다.
김인섭은 따라서 남은 기간 강도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누구에도 밀리지 않는 힘을 기르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데 전념할 생각이다.
당장은 오는 4월 열리는 올림픽 파견 2차 선발전을 머리에 그리고 있지만 지난 해 10월 열린 1차선발전을 무난하게 1위로 통과했기 때문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 것으로 보인다.
친동생인 정섭(삼성생명·그레코 84kg급)과의 올림픽 동반 출전도 꿈꾸고 있는 김인섭은 “마지막이기 때문에 열심히 운동하고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은 물론 마음속으로도 자신감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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