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옐리 코한 감독이 이끄는 이란올림픽축구대표팀이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옥외에서 훈련을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란대표팀은 15일 저녁(한국시간) 폭설로 아자디스타디움 연습장이 수십㎝가량 눈에 덮여 훈련이 불가능했는데도 눈을 대충 치운 뒤 눈밭을 뒹굴며 공을 차 놀라움을 안겨줬다.
오른쪽 날개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나비드키야는 연신 손을 불어대면서도 미소를 띄며 매서운 슛을 날려댔고 공격의 핵인 모발리 또한 눈에 젖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몸을 날리며 훈련에 매진했다.
코한 감독은 “한국이 실내 연습장을 쓰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옥외에서 연습을 하기로 했다”면서 “우리처럼 신경을 써주는 나라를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대표팀은 이날 폭설로 옥외 훈련이 어렵자 아자디스타디움내 풋살 구장에서 간단한 스트레칭과 세트플레이를 연습했다.
김호곤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우리도 옥외에서 연습하려고 했지만 이미 이란 대표팀이 차지한 뒤였다”면서 “코한 감독의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오늘 많은 비 예상 … 수중전 될 듯
오늘 이란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국과 이란의 아테네올림픽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전이 수중전으로 치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란 기상청은 이번 주 테헤란 날씨와 관련해 15일과 16일에 눈이 오며 경기 당일인 17일에는 많은 비가 내릴 것 같다고 지난 15일 전망했다.
이에 대해 이란 교민들은 “이란 축구팀이 수중전을 해본 적이 별로 없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CNN방송에서 눈이 온다는 예보를 보고 이란축구협회측에 날씨를 문의했지만 “무슨 소리냐”는 핀잔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호곤, “눈 때문에 일부러 졌다”
김호곤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5일 이란 테헤란에서 폭설이 내리자 예전 연세대 감독 시절을 떠올리면서 `눈 때문에 진 경기’에 대한 비화를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97년 수원종합경기장에서 열린 FA컵 연세대와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폭설이 내려 경기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자 경기 감독관에 기권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선수들의 부상이 우려된 김 감독은 2-2로 연장전에 접어든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상대 선수들을 막지 말고 가만히 서있으라고 주문해 간신히 경기를 끝낸 적이 있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당시는 정말 공인지 눈덩이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인데 선수들이 극심한 추위에 떨고 있어 경기를 빨리 끝내는 게 목적이었다”면서 “오늘 테헤란에서 눈이 오는 걸 보니 그 때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천수, “폭설도 날 막을 순 없다”
지난 15일 오전 테헤란에 입성한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가 겨우 몇시간만 잠을 잔 뒤 현지 적응훈련을 위해 운동을 하겠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천수는 이날 오전 훈련이 폭설로 취소되자 숙소인 올림픽호텔내 헬스클럽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겠다고 했지만 시간이 일러 문을 열지 않자 실내에서 땀을 흘리며 운동을 했다.
김호곤 감독은 “이천수에게 오전까지 푹 쉬고 오후부터 훈련에 나오라고 주문했는데 아침부터 운동하겠다며 생기발랄하니 참 보기 좋다”면서 “이천수처럼 경험이 많은 선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입국 때 “시차적응 및 고지훈련에 대한 체력적 준비는 끝났다”며 “오전 훈련부터 참가해서 모범을 보이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