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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물·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항소심에서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으로 풀려나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시민일보=여영준 기자] 뇌물·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 349일만에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으로 풀려났다.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보석을 통해 풀려난 것은 이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6일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석방 후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접견·통신 대상도 제한하면서 "자택 구금과 유사한 조건"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29일 항소심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원 인사로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 구성돼 구속 기한인 오는 4월8일까지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기 어려운 데다, 고령에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돌연사 가능성도 있다며 불구속 재판을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재판부 변경은 보석 허가 사유가 될 수 없고, 건강상태 역시 석방돼 치료받아야 할 만큼 위급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건강 문제를 이유로 한 이른바 '병보석'에 대해서는 "구치소 내 의료진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속 만기일에 선고한다고 가정해도 고작 43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며 "심리하지 못한 증인 수를 감안하면 만기일까지 충실한 심리를 끝내고 선고하기는 불가능하다"며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그러면서 "구속 만료 후 석방되면 오히려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에서 주거 제한이나 접촉 제한을 고려할 수 없어 오히려 증거 인멸의 염려가 높다"며 "보석을 허가하면 조건부로 임시 석방해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고, 조건을 어기면 언제든 다시 구치소에 구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10억원의 보증금 납입 ▲석방 후 주거는 논현동 사저 한 곳으로만 제한 ▲외출 제한 등의 보석 조건을 제시했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진료를 받을 서울대병원도 '제한된 주거지'에 포함할 것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병보석을 받아들이지 않는 만큼 이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진료를 받아야 할 때는 그때마다 이유와 병원을 기재해 보석 조건 변경 허가 신청을 받고, 복귀한 것도 보고하도록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배우자와 직계 혈족 및 그 배우자, 변호인 외에는 누구도 자택에서 접견하거나 통신을 할 수 없다는 조건도 달았다.
또한 매주 한 차례 재판부에 일주일간 시간별 활동 내역 등 보석 조건 준수 보고서를 제출할 것도 요구했다.
재판부는 "불구속 재판 원칙에 부합하는 보석 제도가 국민의 눈에는 불공정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다"며 "이에 '자택 구금(Home Confinement)'에 상당하는 엄격한 조건을 붙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 10분간 휴정한 사이 변호인과 상의한 이 전 대통령은 "(보석 조건을)숙지했다"며 조건에 동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보석 허가를 최종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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