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국정감사를 마치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10-24 1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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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병 두 국회의원 {ILINK:1}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 초선의원으로서 처음 맞는 그 느낌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긴장과 설레임’이었습니다. 그리고 국정감사 20일간의 장정을 마친 지금 ‘두려움과 기대’ 앞에 서 있습니다.

정치에 입문하기전 10여년동안 기자로서 국회 국정감사를 가까이서 지켜봤고 지난 1998년에는 문화일보 정치부 국회정당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시민단체와 함께 국정감사를 감시한다는 기획을 한 바 있기에 국회의원으로서 맞이하는 국정감사에 대한 소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의원들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저 역시 국감이 실시되기 두 세달 전부터 ‘어떻게 하면 국정감사를 잘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원초(?)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당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저로서는 매주 수십차례의 회의 준비와 참석 일정으로 그 준비시간이 빠듯할 수밖에 없었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감을 한달 앞두고는 소관 기관 및 현안에 대해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과외학습을 받는가 하면, 짬이 나는 대로 관련 기관과 현장을 찾아 직접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부산함을 떨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보다 중요한 것은 저 개인 차원에서의 국감에 대한 준비 뿐만 아니라 17대 국회의 차원에서 새로운 국정감사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우리당의 초선의원 17인이 함께 모여 ‘테마와 대안이 있는 고품격 국정감사’를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투쟁과 폭로, 정쟁이라는 구태 세 가지는 버리고 희망과 대안, 미래 세 가지 것으로 가득찬 ‘3不 3新운동’으로 정책국감, 비전국감을 실천하자고 다짐하며 제안한 것입니다.

역사를 진전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문제점을 직시해서 하나 하나 비판하고 어디서 문제점이 비롯됐는지 파헤치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후자의 방식을 선호합니다. 지난 시기 우리 사회의 변혁을 위한 민주화운동을 할때도 문제점을 하나 하나 따지기 보다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모티브와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고 제시하는 것을 더욱 우선시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국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집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마침내 국정감사 20일간의 장정이 끝났습니다. 지난 20일간 낡은 국감을 역사의 뒤편으로 돌리고 새로운 국감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너무도 정신없이 바쁜 국감 일정이었기에 국감이 끝난 지금 홀가분한 느낌이 드는 것을 숨길 수는 없겠습니다만 한편으로 국민들은 어떻게 평가해줄 것인지, 또 언론은 어떤 점수를 줄것인지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를 하면서 제가 밖에서 보고 평가하던 것과는 많은 차이점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대부분의 의원들이 정말 헌신적으로 국정감사에 임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 상임위원회와 의원들이 구태를 재연했습니다만….

저로서는 많이 배웠고 또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국감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언론의 평가는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아마 초선의원들로 대거 물갈이된 17대 국회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책국감, 비전국감을 묵묵히 실천해온 의원들이 제대로 평가받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일부에서 국정감사 무용론을 제기하고 국정감사 폐지론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한쪽 면만 본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국정감사가 우리 정치와 국정운영을 변화시키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확실하게 그렇다’라고 답변하겠습니다.

제가 보고 경험한 ‘2004 국정감사, 그 곳에는 ‘변화와 희망’이 있었습니다.

국감에 임하는 의원들의 모습에서 지난 날 볼 수 없었던 변화의 모습을 보았고 희망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중진의원, 초선의원을 가리지 않고 성실하게 출석하여 진지하고 정중하게 질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십수년의 석간신문 기자생활로 새벽 6시경 출근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만, 많은 의원들이 새벽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국감을 준비하고 현안문제를 공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결과가 과거보다 훨씬 늘어난 정책자료집 발간, 현장 답사에 의한 구체적인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 참신한 정책 제안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제가 이렇게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팔이 안으로 굽어서가 아닙니다. 17대 국회가 첫 국정감사를 통해 새로운 정치 실현이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진한 부분은 앞으로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해 보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국감에서 정말 많은 정책 대안과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피감기관과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품(?)도 여러개 되었습니다. 우리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켜 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그러한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피감기관 증인에 대해서도 세상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동지로 생각했고 그렇게 예우했습니다. 함께 가는 길이 바로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내년부터는 청명한 가을날 20일간의 부산함이 아니라 사시사철 분주한 상시 국정감사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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