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의 연쇄 사퇴 반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1-05 20: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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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춘 (국회의원) {ILINK:1} 1월1일 새벽 1시40분경 언론개혁법 통과를 끝으로 정기국회 연장전이 막내리다.

2시경 천정배 대표의 사퇴 선언, 대표단회의 후 양지탕 집에 모여 쫑파티하고 새벽 5시에 귀가하다.

며칠 밤을 합쳐 5시간쯤 잤나? 수면부족에 감기에 몸이 엉망진창이다. 그 때부터 1월3일 아침까지 만 이틀을 문밖 출입없이 자다 먹다 했다. 그러고 세상에 다시 나와 보니 또 시끌시끌하다.

이번에는 당지도부가 사퇴했다고 한다. 물러나는 것도 법도가 있는 건데 지도부가 너무 쉽게 사퇴의 카드를 던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열린우리당은 원내정당을 지향하는 당이다. 그래서 원내대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일상적 통제권이 없다. 원내대표가 당 강령을 위배하는 수준의 의사결정을 했을 때 당이 불신임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원내대표가 지난 정기국회 성적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은 몰라도 원내 운영에 대해 아무 책임이 없는 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하는 것은 우리당의 원내정당화 실험에도 역행하는 처사이다.

정기국회가 11월 이후 가파른 대치국면으로 치달으면서 당지도부가 원내 운영전략에 더 많은 관여를 해온 것은 사실이다. 원내대표가 혼자서 결정하기 버거운 일들이 많이 발생했고, 상임중앙위원과 중진들의 자문을 요청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원탁회의의 진행, 보안법 협상을 포함한 4者회담의 추진과 결렬의 결정은 원내대표의 최종적 선택이었고, 그 공과에 대한 책임과 평가도 천정배 대표의 몫이지 당 지도부의 몫은 아닌 바였다.

사실 열린우리당이 이번 가을 국회에서 거둔 성적은 괄목할 만하다.

일부 재벌들의 극렬한 저지를 뚫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조선, 동아일보의 벽을 넘어 언론개혁법을 통과시켰다.

막바지 한나라당이 법사위와 본회의장까지 점거하는 막무가내 완력저지 사태 속에서도 일제하 반민족행위 진상조사법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민족정기의 앙양 차원에서 이는 1949년 반민특위의 강제해산 이후 55년만의 역사적 쾌거로 높이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100%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종합부동산세의 도입과 거래세의 인하 등으로 부동산 투기를 막고 시장을 안정화시킬 법들이 통과되었고, 기금관리기본법이 개정됨으로써 주식과 채권시장의 활성화 기반도 마련하였다.

기업도시특별법, 경제자유구역법, 민간투자법 등을 통과시켜 경제활성화의 견인 장치도 만들었다.

5000만원 이상의 현금 거래에 대해서는 은행에서 신고토록 의무화하는 입법도 했고, 금융지주회사법을 개정해 우리은행의 헐값 해외매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였다.

농협법을 개정해 다가올 농업구조 재편에 대비하기도 했다.

식품위생법을 대폭 강화해 안전한 먹거리 확보에 기했으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을 제정해 장애 복지의 작은 신기원을 이루는 등 모두 141개의 법을 제정, 개정하였다.

17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서 거둔 이 같은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천정배 대표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했던 것은 우리당이 개혁정당이기 때문이다.

사실 통과되지 못한 법안들보다 통과된 법안들의 실질적 사회변화 효과가 질량 모두에서 훨씬 크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보안법과 사학법과 과거사법의 처리 유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숙명이다.

그래서 나는 함께 그만 두어야 할 처지의 원내 수석부대표이면서도 내 상급자인 대표의 사임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오늘 이부영 의장과 상임중앙위원들의 동반사퇴는 턱없이 무책임하고 무원칙하다. 원칙에 관한 한, 원내 문제에 대한 직접 책임이 모자람은 앞서도 말했거니와, 몇 달 안남은 전당대회를 잘 치러내야 할 지도부의 의무방기에 이르러서는 그 무책임함에 말문이 막힌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면 된다구요? 그 비대위 구성원들 개개인의 역량과는 상관없이, 이제 막 각 지역별 당원협의회를 건설해 가고 있는 유아기의 당 조직에 이 같은 파격과 불안정을 초래시킬 만큼 우리당이 정말 비상한 위기 상황인가?

지도부가 그 이전 정당들에서 보지 못했던 일부 과격파들의 하극상적 돌출 행동에 놀란 나머지, 없는 위기를 조장하고 촉진시키는 것은 아닌가? 그 문제는 그에 걸맞는 부분적 대책으로 대처해야지 이런 식의 전면적 비상대책이 필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어차피 2달 후 경선 국면이 시작되면 사실상 권한정지 상태에 들어갈 지도부다.

그러므로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사퇴의사를 거두어들이고 최선을 다해 당의 조직을 안정시킨 후 다음 지도부에 자리를 넘겨줄 준비에 전념해야 한다.

원내는 회기 마칠 때마다 항상 책임 공방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원내 대표가 1년 임기를 다 채우는 것은 참 행운일 것이다.

원내대표가 인책사퇴 할 때마다 당지도부까지 함께 사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약관화하다면, 이 전도된 책임론은 바로 잡아야 한다.

당의 보편의지가 끊임없이 원내 운영에 투영되어야 한다는 것은 맞되, 병렬식이어야지 직렬의 방식이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우리당의 창당정신이고 당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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