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회관의 복도에도 각종 포스터들이 즐비하게 붙어 있다. 저마다 정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로 활동하고 있는 17대 국회의원의 의욕을 반증한다. 의원연구모임도 50여개에 이를 만큼 엄청나다. 국회에 오랫동안 있었던 직원들의 말에 의하면 이전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라고 한다.
17대 국회는 과거와는 태생부터가 다른 국회다. 입후보 과정부터 국민 경선과 같은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후보가 되었고,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은 선량들이 모여 있는 젊고, 새기운으로 가득한 국회다. 원 구성도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고, 일하는 국회, 공부하는 국회상이 정립되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17대 의원으로 등원한 이래 열린우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당 대변인으로서 나로서는 참으로 과분한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격려를 받았다.
그런데 맨 처음 시작과는 달리 지난해 말 두어달 동안의 17대 국회의 모습은 과거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회에는 좌파, 용공, 빨갱이 같은 극단적인 색깔론이 기세등등하게 살아있다.
민생을 위한 기초법안이나 개혁법안,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경제법안, 이라크파병동의안 같은 중차대한 사안까지 대안 없는 반대에 발목 잡혀 있었을 정도다.
지역균형개발과 수도권과밀화 해소를 위해 정부가 야심에 차게 추진하고, 국회가 특별법으로 뒷받침했던 신행정수도건설이 야당의 돌연한 반대와 헌재의 위헌판결로 곱절이나 어려운 길을 가게 되었다.
거대야당(비록 여당에 비해 소수지만, 120여석이 넘는다는 점에서)의 수가 틀어지면 상임위회의도 기약 없이 밀쳐지고 만다. 두 달 가까이 삐꺽거리기와 정체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정상화에 합의하긴 했지만 순탄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불과 7개월 전 17대 국회에 쏟아졌던 희망의 시선들이 희미해지는 걸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 시사주간지는 최근호에 초선 의원 스스로 17대 국회를 “불타는 적개심, 사라진 리더십, 싹수 노란 국회로 평가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물론 여당의 책임도 있다. 좀 더 능숙하게 야당을 협상테이블로 이끌고, 좀 더 설득력 있게 국민에게 정부와 여당의 정책을 소개하고 긍정적인 여론을 만들었어야 한다는 자책도 한다.
더욱이 초선 의원으로서 남다른 각오로 의정활동을 시작한 나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 그리고 정치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답을 찾는데 게을리 할 수가 없었다. 국민은 정치인에게 매서운 시어머니면서 동시에 애절한 구애의 대상이기도 하다. 만해 한용운 식으로 말하자면, 칸트에게는 철학이 님이고 불자에게는 부처가 님이고, 정치인에게는 국민이 님이다.
그런데 그런 고민은 고민에 그칠 때가 많았다. 머리 속에는 늘 대화와 타협, 화해와 협력, 토론과 논쟁을 목표로 의정활동을 구상하지만, 극심한 여야 간의 대립의 지점에서는 그 구상이 맥없이 무너지는 것은 막지 못했다.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엄격하고 공정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야간의 정쟁이 벌어지면, 합법적 절차마저도 무시되고 때로 그 절차조차 정쟁거리가 되어 버린다.
회의진행 시스템도 문제다. 우리 국회는 본회의, 상임위 등의 의사일정을 여야의 합의에 의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 의사일정을 잡고, 회의를 여는 것조차 힘들 때가 많다. 일단 잡힌 의사일정을 무시하고, 무기한 미루어 놓거나, 회의가 진행될 수 없도록 회의장을 점거하는 사태는 말해 무엇할까만.
2005년 국회에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책결정이라는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자기 기능을 찾아야 한다. 국회가 정상적으로 되려면 정책, 예산 처리에 있어 토론은 하되 그게 정쟁거리가 되서는 안 된다.
미국의 의회는 이 점에서 만큼은 철저하다. 하원의 경우 의사일정 작성권한은 하원의 다수당지도부와 하원규칙위원회가 함께 공유하는 권한이다. 다수당 지도부로 하여금 일간 및 주간 의사일정을 사전에 공표하도록 하는 건 하원의 오랜 전통이다.
상원의 경우에는 다수당의 원내대표가 소수당의 원내대표와 의사일정을 협의하여 작성하게 되면, 이러한 의사일정의 결정권한은 다수당 원내대표가 지니는 권한의 근간을 이룬다.
다수당의 원내대표는 일반적으로 소수당의 원내대표를 협력 상대로 하여 일을 진행하므로 의사일정 작성이 전적으로 다수당 지도부에게 맡겨진 하원과는 달리 상원의 의사일정 작성은 양당 노력의 산물이다. 일단 의사일정이 정해지면, 이를 두고 트집을 벌이는 일은 찾아볼 수가 없다.
2005년 국회에서는 부디 원칙은 고수하되 대화와 토론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모아내는 정책국회로서의 제 모습을 갖추길 바란다.
17대 국회는 이제 막 출발했을 뿐이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7개월 보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17대 의원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더 주목하고 있다. 신발 끈을 다시 조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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