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 집을 다녀와서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1-16 20:38:06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이 경 숙 (국회의원) {ILINK:1} 최근 열린우리당 탈성매매지원단 국회의원 5명은 마포구 연남동에 소재한 한국여성의집을 방문하였다.

조배숙, 김춘진, 윤원호, 김현미 의원과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곳을 향했지만 그 곳을 방문하고 나서 우리는 성매매방지법 제정은 정말 잘한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여성의집은 탈성매매지원시설로 나무랄 것이 없었고 참으로 오붓한 공간이었다.

26명의 젊은 여성들이 성매매의 아픔을 딛고 직업기술을 열심히 배우고 서로 아픔을 나누면서 힘이 되어주는 그루터기였다.

이런 곳이 더 많이 생겨 성매매피해여성들이 하루빨리 건전한 시민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을 더 해야한다는 각오도 동시에 하게 되었다.

1987년 개원 당시에는 가출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복지시설이었지만 1996년 윤락행위등방지법개정 이후 선도보호시설로 전환하고 2003년 11월에 지금의 연남동으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한국여성의집은 2층 주택을 개조해 직업교육과 숙식을 하는데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사랑은 구석구석 넉넉하게 자리 잡고 있어 보였다.

자체교육은 피부미용, 머리미용, 네일 아트, 웹디자인, ITQ 등이 있었고, 외부교육으로는 한식조리, 관광통역, IT전산교육, 플로리스트 등이 있었으며 대학진학 분야도 3명이나 있었다.

2004년 8월에는 세계사이버대학과 산학협력약정을 체결해 A양도 이곳에서 수학했는데 성적이 무지 좋아 모두에게 자랑스럽게 성적표를 보여주기도 했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답게 거의 A학점으로 채워져 있었다.

A양의 가장 큰 어려움은 공부하는 것이라 했건만 그녀의 꿈인 가출청소년과 성매매피해여성을 위해 일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눈을 비비면서 이 성적표를 거머쥐게 된 것이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업소에 있을 때의 꿈은 빚을 줄이는 것뿐이었는데 다시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행복하단다.

6개월간 생활하는 것으로 되어있는 이곳에서는 자존감을 회복하고 심신을 치유하며 감사하는 마음이 충만해 있었고, 건전한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강한 여성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직원들의 헌신과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여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하는 곳이었다.

이들이 성매매업소에 가게 된 동기는 각각 다르지만 이들은 대개 가출하여 아르바이트하다가 다양한 유형의 성매매업소로 가게 된다.

돈을 벌려고 시작했지만 수입이 느는 것이 아니라 빚만 늘어났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달 수입은 200~300만원 사이인데 방세 80만원, 주방이모 월급 명목 20만원, 지각비, 홀복비, 화장품값, 미용실비 등 빚을 갚기가 힘들었고 오히려 더 늘어만 간다고 했다.

너무 힘든 생활의 연속이어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빚 때문에 도망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도망간 경우 더 안 좋아졌다는 소문 때문에 참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혹여 임신하기라도 하면 다시 선불을 당겨 바로 병원으로 향했고 수술을 마친 후 임플라논(팔에 삽입하는 임신기구)을 끼고 또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더욱 힘든 것은 손님이 없어도 임신 탓, 사장 집에 무슨 일이 생겨도 임신 탓으로 돌리는 일이었다. 해서 술로 나날을 보내고 악순환의 반복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찾은 쉼터에서 인생의 재도약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여기선 퇴소식을 할 때 케익에 큰 초 하나를 꽂는다.

그 초의 의미는 그동안 아픈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한 살을 의미하는 초라고 한다.

초를 바라보며 어떤 절망의 연속은 마침내 기쁨으로 이어지고, 삶에 관용을 베풀 수 있는 능력은 바로 상실의 공통을 통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단다.

정말 머릿속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다면 그때의 기억을 지우고 싶고,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려 예전의 모든 기억이 사라져주길 간절히 바란 지난날들을 이 초에 실려 보내고는 한단다.

이 세상에서 숨쉬는 모든 존재에서, 그것이 풀잎일지라도 귀한 생명력을 발견할 수 있듯이 절절한 생명력을 만날 수 있어 가슴 뛰게 된다.

이들 재활여성에게도 아직 풀지 못한 고민이 있는데 선불금 문제가 바로 그것이었다.

선불금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여성들의 경우 지금 소송중인데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선불금은 무효로 인정되었지만 교묘하게 이루어지는 선불금의 덫에서 완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이들에게 남은 굴레인 셈이다.

룸살롱 다닐 때 한달에 몇 백만 원 쓰던 용돈이 이곳에서는 3만원밖에 쓰지 않지만 전혀 부족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들에게서 실낱같은 희망의 빛을 볼 수 있었다.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

한국여성의집에 거주하는 이들을 만나고 나서 동트기가 시작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전 재활의 기쁨이 방방곡곡에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국회 여성위원회 위원들과 열심히 파이팅을 외쳐본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