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증설에 반대하는 까닭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1-20 20:11:1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안 민 석 (국회의원) {ILINK:1} 나는 최근 여야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노 골프’ 선언을 하면서, 골프를 반대하는 국회의원으로 각인되었다. 실제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230여개에 이르는 신규 골프장 허가 방침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할 목적이었으나, 일부언론과 동료 의원들은 골프 안치겠다는 다짐까지 포함된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서명에 참여한 의원들이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되었다.

나는 골프라는 운동자체를 혐오하지 않는다. 또한 골프를 즐기는 정치인들의 취미 또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내가 골프장 증설을 반대하는 것은 다음의 네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환경파괴, 훼손 및 오염 때문이다.

골프장 건설을 위해 환경파괴와 훼손이 불가피하다. 산이 깎이고, 산림이 베어지고, 유독성 농약이 살포되어 생태계가 파괴될 뿐만 아니라 골프장이 우리나라의 기후풍토와는 전혀 맞지 않아 건설된 이후에도 환경문제가 제기된다. 생태학적으로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심었기 때문에, 잔디밭을 관리하는 데에는 엄청난 수고가 필요하다.

골프장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이 막대하니 골프장을 아무리 많이 만든다 해서 골프를 치는 비용이 싸질 수 없다. 되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만들기 때문에 골프장의 유지비는 비싸게 되어 있다. 구릉지에 짓고 천연잔디가 조성되므로 비용이 적게 드는 유럽의 골프장이나 광활한 땅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비유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지금도 골프장이 우리나라의 환경에 미치는 피해가 많은데 비해서 그 비용을 다 지불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골프 치는 비용은 더 비싸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골프가 대중스포츠가 되어 전국 방방곡곡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면 상상할 수 없는 환경 재앙이 발생할 것이다.

둘째, 계층간 위화감 및 상대적 발탁감, 연줄문화를 촉진하는 비건정성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골프를 마음껏 즐기려면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회원권 유무와 상관없이 입장료와 캐디비용, 그늘 집 비용, 여기에 내기 돈까지 합하면 이삼십만원이 들어간다. 그래서 골프는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웬만한 봉급쟁이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운동이 바로 골프이다.

IMF 이후 한국사회는 상위 20이 모든 생산과 소비를 독점하고 나머지 80은 잉여인력이 되고 마는 이른바 ‘20대 80 사회’로 가파르게 진행하고 있다. 20:80의 사회에서 골프의 대중화란 20% 이내에서 대중화를 의미하므로, 나머지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위화감은 불가피하다.

골프인구의 증가와 국민소득 증가가 관련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골프를 치는 사람은 누구인가? 20세 이상 국민 3,500만명 중 얼마 정도의 인구가 골프를 칠까? 통계청의 ‘2004년 사회통계조사’를 토대로 추산하면 골프인구는 70만에서 100만명 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골프장이 ‘줄’과 ‘연’을 중시하는 우리사회에서 특정 부류의 인간을 맺어주는 가장 효과적인 사교의 장으로 인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맥을 형성하는데 골프만한 운동은 흔치 않다. 골프는 돈 많은 사람과 힘있는 사람이 만날 필요가 있을 때, 청탁과 인사가 필요할 때, 홍보와 선전이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어주는 끈이다.

특히 아무나 갈 수 없는 골프장은 일반인들에게 배타적, 폐쇄적이므로 골프를 통한 특정계층의 연줄문화는 촉진된다. 그래서 나는 한국사회의 건전성을 해치는 골프를 대중화하려는 발상에 동의하지 않는다.

18홀 골프장 하나를 건설하려면 축구장 150개 규모인 30만평의 땅을 사들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많은 농민들로부터 토지를 구입해야 한다. 지역발전의 허울아래 농지를 팔아버린 농민들이 골프장 결비원, 캐디, 잡역부 등으로 전락하는 것을 고용창출로 인한 지역발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골프장 건설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오순도순 상부상조하며 대대로 살아왔던 지역주민들의 생활공동체 양식을 상호불신과 반목으로 얼룩지게 한다.

또 산림벌채와 자연훼손으로 인한 홍수와 가뭄, 건설공사주위 발파음으로 인한 소음, 진동, 농업용수와 식수의 고갈과 오염, 지역공동체의 파괴, 주민간의 불신과 위화감 증대, 농지잠식으로 인한 탈농현상가중 등 지역생활터전에 위협을 받게 된다. 골프장이 운영되면 주민들은 전에 없는 극심한 식수난과 농업용수 고갈에 시달린다. 이렇듯 골프장은 지역공동체에 고통스러운 변화를 초래한다.

마지막으로, 풀뿌리체육의 관점에서 보면 골프의 대중화라는 표현 자체가 모순이다. 대중화란 말 그대로 대중들이 참여가 가능한 스포츠를 말하는데, 이것은 골프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조작적 개념이며 골프장 사업주들의 논리이다. 골프대중화 정책이 노태우 대통령 이후 정부의 공식 정책 표현이 되어 온 것은 심대한 정책 오류이다. 수영의 대중화, 축구의 대중화 등의 정책표현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골프처럼 과도한 경비가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종목들은 대중화되어야 하고, 대중화 될 수록 체육활동 참여인구가 늘어난다.

경기부양의 명분하에 노무현 참여정부에서조차 노태우 정부의 골프 대중화 정책을 계승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골프대중화를 말하기 이전에 일반 서민들이 참여 가능한 종목, 즉 테니스, 배드민턴, 마라톤 등의 종목을 대중화하려는 정책당국의 풀뿌리체육적 관점이 더욱 필요하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