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결정을 환영한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4-14 21: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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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병 호 국회의원 {ILINK:1} 국가인권위원회가 14일 정부가 제출한 비정규법안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였다.
그 주된 내용은, 기간제(임시직) 노동의 사용 사유 제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채택, 파견제의 포지티브 방식 유지 등이다.

본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와 같은 판단에 환영을 표한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온당한 판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제반 노동단체들은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기간제(임시직) 노동의 사용 사유 제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채택할 것을 주장해 왔다. 본 의원이 작년 7월에 대표로 발의한 비정규 법안의 주요 내용도 위와 같은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기간제 노동자는 790만명(전체 임금노동자의 54.2%, 전체 비정규노동자의 96%에 이름. 노동부는 360만명으로 추계하고 있음)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종사하는 업무는 ‘일시적인 업무’가 아닌 ‘상시적이고 영속적인 업무’이다. 이들의 급여는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고(월 110만원), 4대보험 가입율은 30%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제반 법정수당 적용율은 15% 내외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실태를 보면 현재 비정규직이 오로지 기업의 일방적 필요에 의해 사용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의 경우 대부분의 비정규직이 ‘시간제 노동자’(파트타임 노동자)이고 노동자의 필요에 의해 활용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그 고용 상태가 매우 불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의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는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신음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본 의원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최대한 줄여야 하고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을 인정해야 하는 경우에는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 구체적 표현이, 기간제 노동의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동일가치노동에 대해서는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정규 법안에 이런 취지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은 다소 뒤늦긴 했지만 매우 적절한 판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본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중간착취와 고용불안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야기시키고 있어 ‘현대판 노예제’라고도 불리는 파견제를 폐지하라는 입장을 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가진다.

현재 파견제 노동자는 12만명에 불과하지만(노동계와 정부의 추산이 동일함) 최근 현대자동차, 대우GM자동차, 삼성 제일모직 주식회사 등에서 드러난 것처럼 하도급 형태로 위장한 불법파견 노동자의 숫자는 4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는 기간제(임시직)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어 사용자들이 파견제를 사용할 유인이 다소 적었지만 기간제(임시직)에 대해 조금이라도 규제가 시작되면 파견제는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그럴 경우 파견노동자들의 고용과 근로조건이 다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파견노동자가 그다지 많지 않은 지금 파견제를 폐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그에 대한 권고를 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최소한 현행 포지티브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가 기간 초과 파견 및 불법 파견에 대해 현행 고용의제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라고 권고한 것 및 파견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 방안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자동차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현재 고용의제 조항 하에서도 기업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데 고용의무 조항 하에서는 더 말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로 재벌 기업을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하거나 어리석은 것이다. 파견노동자들이 사실상 노동3권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어 놓지 않고 있었다.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노동계와 민주노동당이 정부안은 비정규직 양산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보호 법안이라고 강변하면서 한 글자도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정부의 그런 주장이 사용자의 이익만 대변하는 편협한 주장이라는 것이 이번에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노·사정이 대화를 하고 있는 지금 노·사정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결정을 존중하면서 실질적인 비정규 축소 및 보호 방안을 합의해야 할 것이다.

본 의원은 향후 입법과정에서 이번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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