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목으로 책을 한 권 쓰고 싶었다. 차일피일 미루다 아직까지 못하고 있는데, 몇 사람 리스트만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 이 리스트의 첫 번째 사람이 김주경이라는 사람이다. 생소한 사람이라고? 물론 그렇다. 그는 그리 알려져 있는 사람이 아니다. 더구나 그는 현재 살아 있는 사람도 아니다. 거기다가 난 그를 한 번도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럼 그는 누구인가? 김 구 선생이 쓴 백범일지에 나오는 사람이다.
여기서 잠깐 백범일지에 대해서 언급할 게 있다. 누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무어냐고 물으면 나는 늘 백범일지라고 대답한다. 내가 백범일지를 만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 생활을 할 때이다. 그러니 비교적 늦게 만난 셈이다. 그 이전에도 백범일지를 알긴 했지만 무지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읽지를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심심풀이로 읽게 되었는데, 읽다보니 너무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글 자체가 백범의 인간적인 면모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는 데에 정말 놀랐다. 그야말로 솔직담백한 글의 전형이라고 할까. 권장도서로 백범일지를 추천하곤 하는데 마치 내가 민족주의자인 척 하는 걸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게 말한다. 이처럼 재미있고 또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책은 없을 거라고.
하여간 김주경은 이 백범일지에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엑스트라이다. 그런데 나는 그를 내가 아는 가장 멋진 사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김주경의 스토리는 대강 이렇다.
황해도 근방에서 동학군으로서 의병활동을 하던 백범은 국내에서의 투쟁의 한계를 절감하고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운동을 계속할 결심을 한다. 연해주 쪽으로 가던 백범은 한만 국경 부근에서 하룻밤을 묶는다. 그런데 그 여관에서 우연히 사복을 한 일본군인을 발견하게 된다. 그가 민비를 죽인 시해범이라고 확신한 백범은 그를 맨손으로 때려죽인다. (이 대목이 좀 황당하긴 하다.) 현장에서 체포된 백범은 서울로 압송되어와 인천감옥소에 수감된다. 훗날 탈옥할 때까지 백범은 여기에 갇혀서 재판을 받는다.
당시 백범에 대한 재판은 장안의 화제였다. 민비 시해범에 대한 살인사건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재판관을 호통치며 재판을 받는 백범의 당당함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이때 백범의 재판을 구경 온 사람 중에 강화도 건달이 한 명 있었다. 그가 바로 김주경인데, 김주경은 호랑이와 같은 백범의 풍모를 보고 단번에 매료된다. 그 후 김주경은 백범의 옥살이를 극진하게 뒷바라지한다. 매일 사식을 넣어주고 옷가지를 챙겨 주었을 뿐 아니라 간수들을 다 매수해서 백범은 그야말로 마치 호텔생활과 같은 옥살이를 하게 된다. 이 감옥에서 백범은 동료 죄수들에게 한학을 가르치며 훈장노릇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김주경이 옥바라지를 하는데 들어간 돈의 출처를 한번 알아보자. 앞서 얘기했듯이 강화도 건달이었던 김주경은 그 즈음에 지금의 화투장에 해당하는 골패를 다량 제작하여 강화도와 인천 일대에 뿌린다. 물론 그 골패에는 김주경만이 알 수 있는 표시가 이미 다 되어 있었다. 그리고는 김주경 자신이 투전판에 뛰어 든다. 승패는 물어 보나 마나 연전연승. 김주경은 엄청나게 돈을 벌어들인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백범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은 분명한 것이었기에 여론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실형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선고를 앞두고 김주경은 백범의 탈옥을 감행시킨다. 이미 단단히 매수된 간수가 사라진 사이 유유히 감옥을 걸어 나온 백범은 김주경이 써준 서찰을 들고 지방으로 피신을 한다. 처음 간 곳이 공주 마곡사 부근인데 김주경의 서찰을 건네받은 집 주인은 난생 처음 본 백범에게 큰 절을 올리고 이후 극진하게 모신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그의 소재가 주위에 알려질 만 하면 백범은 다시 김주경의 서찰을 들고 길을 떠난다. 이런 식으로 남한 일대를 주유천하하던 백범은 마침내 중국 상해로 건너간다.
훗날 해방이 되고 상해 임시정부의 수반이 되어서 귀국한 백범이 제일 먼저 찾은 사람이 바로 김주경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수소문 끝에 그가 오래 전에 비명 객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백범이 그 자손이라도 찾겠다고 해 다시 수소문 한 끝에 김주경의 아들을 찾았으나 거의 비렁뱅이 수준이었다고 한다. 백범은 김주경의 아들의 손을 잡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으리라.
이것이 김주경에 대한 스토리의 전부다. 비록 짧은 스토리지만 여기에는 낭만, 우직함, 의리, 애국심, 민족애, 화끈함 등이 다 들어있다. 요새 세상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것들이다. 나는 술자리에서 이 얘기를 자주 한다. 그런데 이 얘기를 할 때면 늘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리고는 김주경이 몹시 보고 싶어진다. 살아 있다면, 비 오는 날 그와 만나서 정말 진하게 소주 한 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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