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혁신역랑강화사업 재설계하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12-11 20: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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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주호 의원 {ILINK:1} 지방대학혁신강화(누리)사업은 지방대학의 특성화를 통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우수인재를 양성하며, 대학 중심의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는 등을 목적으로 정부가 2004년도부터 2008년도까지 1조4200억원의 재정투입을 계획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5년 8월 1차년도 평가결과를 발표하여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전국 112개 사업단 중에서 사업비를 방만하게 집행하거나 사업실적이 부족한 7개 사업단에 대해 선정을 취소하고 61사업단에 대하여는 지원금을 삭감하였다. 이와 같은 조치는 교육부 재정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만 하면 특별한 제재 없이 끝까지 지원받는다는 관행을 타파하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정부가 모든 지방대학들에게 인력양성사업의 계획서를 제출하게하고 이를 평가하여 대규모 재정 지원을 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별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야말로 정부가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고 모든 것을 감독할 수 있다는 개발연대의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에 있어서는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고 대학별로 특성화도 유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하여 정부가 각 대학의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을 모두 평가하고 이에 따라 대규모 재정지원을 한다는 발상에는 두 가지 중요한 원칙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외부기관이 대학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재정을 배분한다고 하면 대학은 보다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기 보다는 그 평가를 더 잘 받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평가의 기준을 아무리 다양하게 개발하고 철저히 평가한다 하더라도 다양한 시장과 수요자의 필요를 충족할 수는 없다.

둘째,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대학에 대한 간접지원방식보다는 교수들의 연구프로젝트나 학생들에 대한 직접지원방식이 보다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우수하고 열심히 가르치는 교수와 열심히 배우려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재정지원이 많이 가도록 한다면, 이러한 지원이 대학을 특성화하고 발전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직접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들과 직접 배우는 학생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직접지원은 이러한 인센티브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 채 재원이 낭비될 수 있는 가능성이 그 만큼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누리사업이 정부의 재정지원 원칙에 크게 어긋난다는 근본적인 문제 이외에도, 우리는 이번 결산 국회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누리사업을 설계하고 집행하면서 관치행정의 많은 구체적 문제들이 있었음을 밝혀낼 수 있었다.

첫째, 정부가 누리사업단을 평가하면서 누리사업의 목적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항에 대한 정부 명령의 이행여부를 평가 기준에 끼워 넣고 있는데, 이 것은 정책의 목표와 수단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위반하는 동시에 정부가 대학들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누리와 같은 재정지원사업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예컨대 누리사업단을 평가하면서 행·재정제재를 받은 대학들을 감점하거나 대학 통합을 추진하는 대학에 대하여 가점을 주고 경고조치를 감면해주는가 하면 정원감축 대학에 대하여 가점을 주고 있다.

둘째, 정부는 교육부와 산자부가 공동으로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바 누리사업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목표의 사업으로 중복과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역을 권역별로 나눌 때 누리사업과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누리사업도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취지의 대규모 국가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매우 무모한 관치행정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정부가 누리사업단을 평가하면서 해당 졸업생의 취업률이 충분히 높아지지 못하였다고 지적받은 대학이 13개교나 되고 있다. 사실 선진국에서도 정부가 대학에 재정지원을 할 때 해당 졸업생들의 졸업 1년 후 취업률 및 졸업 5년 후 취업률 등을 중요한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 많은 문제가 드러난 누리사업을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정부가 5개년에 걸친 재정 지원을 약속한 사업이므로 문제가 있다고 하여 이를 폐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누리 사업의 설계와 집행에 있어서 대대적인 정비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누리사업 재정 지원의 가능한 한 많은 부문이 열심히 하는 교수와 학생에게 직접적 인센티브로 지원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 누리사업단을 중간 평가할 때 가능한 한 단순하고 명확한 지표를 통하여 하고 정부의 자의적인 개입의 소지가 많은 행·재정제재, 통폐합, 학생감축 등에 대한 사항은 중간 평가에서 배제하여야 한다. 셋째,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과 누리사업과의 중복성 문제를 해소하여야 한다. 넷째, 대학정보공시제도나 대학지원 지표개발 등과 같이 정부의 효율적 재정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정부에 의한 대학재정 지원체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학생과 교수에 대한 직접지원의 강화 및 포뮬라 펀딩제도의 도입 등을 위한 제도 개혁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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